구제역 후폭풍…순대·돼지국밥·막창 서민음식 가격 인상
"손님 2천500원인데요." "지난주까지 2천원이었는데…."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봉덕동 봉덕시장 입구 옆 분식집. 순대 1인분을 주문한 손님과 주인이 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곳 주인은 "이번 주부터 가격을 500원 올렸다"며 "손님들에게 미안하지만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돼지국밥집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여순희(56·여) 씨는 "설날을 앞둔 지난주의 경우 세 차례 머리고기를 들여올 때마다 오른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며 "그나마 오른 가격으로라도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1㎏에 8천원 하던 머리고기가 1만5천원으로 훌쩍 뛰는 등 돼지고기 수급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
봉덕시장 국밥골목 상인들은 당분간은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 양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가격인상을 막을 수 있겠지만 구제역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 5천원에서 6천원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서민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온 막창과 순대 등이 구제역 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돼지국밥, 막창, 곱창, 순대 등 돼지고기 부산물을 활용한 음식점들의 재료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줄줄이 가격이 오르거나 인상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은 날 남구 대명동 안지랑시장 곱창골목.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재료가격 상승 탓에 불가피하게 곱창 한 바가지(500g) 가격을 2천원 올립니다. 양해 바랍니다-곱창골목 상인연합회'라는 현수막이 맨 먼저 맞았다. 11년째 곱창구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대(53) 씨는 "지난 11년 동안 장사하면서 식재료가 없어서 장사를 못 해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설 대목에도 곱창을 확보하지 못해 가게문을 일찍 닫는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곱창에 이어 조만간 막창 가격 역시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돼지 생육기간을 감안할 때 원재료 수급 비상상황이 적어도 오는 여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서구 중리동 곱창골목도 상황은 마찬가지. 곱창전골 원료 수급을 걱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곱창전골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3) 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식재료가 없어서 장사를 못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산지 출하가격은 지난달 26일 현재 ㎏당 7천387원으로 구제역 발생 전인 지난해 11월(3천928원)보다 무려 88% 급등했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부산물들의 가격도 함께 뛰었다. 여기에 액화석유가스(LPG), 각종 야채 가격도 덩달아 올라 상인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서민 먹을거리들이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재료가격 인상에 따라 가격 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구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김성환(41) 씨는 "순대, 돼지국밥, 막창 등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인데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 여간 섭섭하지 않다"며 "구제역 여파도 있겠지만 정부가 이런 서민 관련 물가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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