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2회 환승, 사실상 힘들어"…다수 시민들 불만

입력 2011-02-07 10:23:04

바뀐 대중교통 환승 방식, 직접 타보니…

1일부터 대중교통 무료 환승방식이
1일부터 대중교통 무료 환승방식이 '첫 하차기준 30분 이내'로 변경돼 많은 시민들은 오히려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이달 1일부터 대구시내 대중교통 무료 환승 방식이 '최초 승차 기준 60분 이내 무제한'에서 '첫 하차 후 30분 이내 무제한'으로 변경됐다. 장거리 이용객 등에게는 혜택이 많아질 것이라는 대구시의 '장밋빛 홍보'와 달리 다수 환승객들은 혜택이 줄어들게 됐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한 달 간은 홍보를 위해 신·구 기준이 함께 적용되면서 상당수 시민들은 '승차 후 60분' 기준이 더 혜택이 많다며 일부러 옛 기준을 이용했다. 김지은(30·여) 씨는 "주위에 물어봐도 새로 바뀐 방식보다 옛 방식이 더 낫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달 만이라도 예전 방식으로 출퇴근하면서 교통비를 줄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환승 방식 변경의 명암

기자는 신·구 환승 방식을 비교하기 위해 5일 오전 8시 5분 대구 달성군 화원읍 명곡미래빌 5단지에서 수성구 어린이대공원으로 가기 위해 623번 시내버스를 탔다. 정류장 5곳을 지나 8시 12분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에서 내리기 위해 교통카드를 체크했다. 바뀐 환승 방식에 따르면 8시 42분까지 환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명덕역에 도착한 뒤 인근 버스정류장에 다다르자 시곗바늘은 8시 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6분 뒤 도착한 402번 버스에 타 교통카드를 대자 950원이 다시 결제됐다. 목적지인 어린이대공원까지 가는데 1천900원의 요금을 지불한 셈이다.

623번 버스에서 만난 이상철(34) 씨는 "법원 근처에 있는 직장까지 가려면 대곡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범어역에서 내린 뒤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한다"며 "바뀐 환승 방식으로는 지하철 타는 시간만 30분이 넘어 무료 환승은 불가능하다"고 불평했다.

물론 새로 바뀐 방식이 더 낫다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현주(24·여) 씨는 "수성구에서 칠곡지하도까지 가는 데만 708번 버스를 1시간가량 타야해 지금까지 무료 환승이 불가능했다"며 "바뀐 환승방식 덕분에 교통비가 반으로 줄게 됐다"며 다행이라고 했다.

◆환승 폭은 더 지켜봐야

대구시는 바뀐 무료 환승 방식을 두고 하루 260여 명이 환승 혜택을 더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7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7일 하루 85만3천541명의 시내버스 이용자 중 환승 인원은 23.7%인 21만917명이었다. 이 중 1회 환승객은 19만1천60명으로 전체 환승객 중 90.6%를 차지했다. 2회 환승객은 1만9천467명(9.2%)에 그쳤다. 시는 "기준 변경에 따라 1회 환승객은 당연히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며 "다만 2회 환승객 중 8천502명에게는 무료 혜택이 없어지지만 1차 승차 후 60분 이후에 환승하는 8천765명의 시민이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1일 263명이 혜택을 더 받게 돼 연간 9천100만원 상당의 시민혜택이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변경된 무료 환승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계명대 김기혁(교통공학과) 교수는 "환승 혜택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논하기에는 아직 정착 단계이기 때문에 이르다"며 "하지만 승·하차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변경된 환승 방식은 앞으로 버스노선 개편과 교통정책 및 운영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영진사이버대 윤창훈 교수는 "대중 교통 이용자 중 장거리 이용객의 대부분은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바뀐 환승 방식을 따르면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30분은 다소 짧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좀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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