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에 떠는 서민들, 초저가 식당 북적북적

입력 2011-02-02 08:20:41

설 장보러 간 어머니, 삼천원짜리 보리밥에도 외식했다 즐거워하셨네

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초저가 음식점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보리밥 뷔페에서 손님들이 3천원짜리 초저가 뷔페를 즐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초저가 음식점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보리밥 뷔페에서 손님들이 3천원짜리 초저가 뷔페를 즐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31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대아파트 주변 중화요리집.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100㎡ 가게 안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만원이다. 단돈 1천원짜리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과 어르신들은 물론 1천원짜리 자장면 맛이 궁금한 이들이 주요고객.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는 대학생 김호진(25) 씨는 "갑자기 자장면이 먹고 싶을 때 부담 없이 1천원짜리 자장면을 즐긴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인스턴트 자장라면 가격과 비교해도 실속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이곳에 중국집을 개점하며 1천원짜리 자장면을 선보인 김대수(50) 사장은 울며 겨자먹기 식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초저가 상품전략'을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1천원짜리 자장면 맛에 만족한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며 홍보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손님증가가 매출증가로 이어지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물가시대! 음식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한사코 '초저가'를 고집하는 음식점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값싼 음식을 찾아다니는 런치 노마드족까지 가세하면서 초저가 음식점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같은 날 오후 대구시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채소 상가.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손님들이 보리밥 뷔페집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보리밥에 갖가지 나물을 얹어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 단돈 3천원. 콩나물무침, 무채, 배추겉절이 등 갖가지 비빔밥 재료들이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칠성시장 보리밥 뷔페집의 초저가 상품 전략은 단순하다.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한 경영방침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내놓는 것. 이곳 정용자(65·여) 사장은 "제대로 된 음식을 이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여기가 유일하다"며 "시장상인들과의 의리를 지키고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고향의 맛을 안겨주고 싶은 심정에서 가능한 싸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가 '초저가 전략'을 고집하는 또 다른 목적은 '봉사'다. 경기불황의 한파를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잠시라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정 씨는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 모두 돈 천원에 벌벌 떠는 평범한 서민들"이라며 "이들이 마음 놓고 양껏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초저가 음식점들은 꽤 다양하다. 남구 봉덕동 앞산 입구엔 1천500원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콩나물국밥집이 있고, 남구 대명시장에선 2천500원에 즐길 수 있는 뚝배기를 만날 수 있다. 불황 속 주머니 가벼운 소비자들을 노리는 '박리다매'(薄利多賣)의 효과로 늘 손님들이 붐비는 곳이다.

이 같은 '초저가 경제학'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가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대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활용, 실시간으로 동종업계의 가격 동향을 비교하며 한층 더 깐깐한 소비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 실제보다 저렴한 점심식사를 위해 값싼 식당을 찾아다니는 젊은이들의 무리가 생겨날 정도. 점심이란 뜻의 런치(Lunch)와 유목민이라는 뜻의 노마드(Nomad)가 합쳐진 이른바 런치노마드족들은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등 보다 저렴한 곳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아낀 돈을 자기계발과 레저에 투입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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