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관리는 '기본' 거침없는 자신감은 '덤'
매트 위에서 넘어뜨리거나 누르고 조르는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유도는 매우 거친 운동이다. 유도를 배우려면 힘이 들고 부상 위험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유도관에서 유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오랜 기간 가지 못하고 1, 2개월 만에 그만두기 일쑤다.
이런 유도를 '삶의 활력소'로 삼아 마음껏 즐기는 중년 여성이 있다. 개인택시 일을 하는 김소민(48'대구 달성군 화원읍) 씨다.
유도 입문 3년째인 김 씨를 이달 20일 대구 남구 대명4동 국제당수도연맹 본부도장에서 만났다. 인사 차 악수를 하는데, 거침없이 마주 잡는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마치 운동선수의 손을 잡는 것 같았다.
인사 후 자리에 앉자마자 김 씨는 유도 예찬론을 펼쳤다. 40대 후반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미 넘치는 외모만큼이나 목소리도 크고 거침없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골프, 스키, 스킨스쿠버, 수상스키 등 여러 가지를 해 봤는데 유도가 건강 유지에 최고인 것 같아요. 78kg이던 몸무게가 유도를 한 후 68kg으로 10kg이나 줄었습니다. 좀 많이 먹는 편(고기 4인분)이지만 현재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어요. 유도를 하기 전까지 몸을 괴롭혔던 고지혈증도 말끔히 사라졌어요."
김 씨는 유도가 자신에게 세 가지를 선물했다고 자랑했다. 첫째는 체중 관리이고 두번째는 피부 미용이라고 했다. "사우나에 몇 시간 있는 것 보다 체육관에서 30분 구르는 게 훨씬 더 땀 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흠뻑 땀 흘리고 나면 피부의 노폐물이 싹 빠지는 것 같아요." 화장기 없는 김 씨의 얼굴 피부는 겉보기에도 탄력이 넘쳤다.
유도에 대한 김 씨의 마지막 자랑거리는 자신감이었다. 유도를 배웠다는 자신감에 '택시 강도가 설친다'는 뉴스가 나와도 덤덤하다는 것. 밤에 취객들이 가끔 택시를 타지만 단호한 눈빛과 목소리 때문인지 운전 일을 한지 5년이나 되었지만 험한(?) 일을 당한 적은 없다고 했다.
김 씨가 유도를 시작한 곳은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안병근 올림픽기념유도관(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유도관 인근에 붙어 있는 관원 모집 플래카드를 보고 찾아갔다. 이때가 2009년 3월쯤이다. 햇수로는 3년째이지만 배운 기간이 짧아 아직 초단이다. 그를 지도하는 올림픽기념유도관 한상봉 관장은 "김 씨는 기술이 좋아 조만간 2단을 딸 것"이라고 했다. 한 관장은 "여성들이 가끔 유도를 배우러 오지만 꾸준히 유도관을 찾는 사람은 김 씨가 처음"이라며 "아직 미혼인 김 씨에겐 유도가 천생연분의 배필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실제 올림픽기념유도관의 홍일점인 김 씨는 유도를 하면서 수십 명의 남성들을 마음껏 가슴에 품고 있다. 지금도 유도하는 날에는 5분마다 훈련 파트너를 바꾸는 관계로 10대에서 70대까지 여러 남성들과 나뒹군다. 서로 마주 잡고 운동하는 유도 특성상 신체 접촉이 많지만 김 씨는 이성에 대한 감각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누르기나 조르기 기술을 구사하다 보면 가슴을 눌리는 경우가 있는데, 소리를 지르지 못해 애간장을 태울 때도 있다"며 "유도를 배우는 여성들이 많이 늘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매주 3, 4회 정도 유도관을 찾는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개인택시 일의 특성을 감안, 쉬는 날에는 꼭 유도를 한다. 일하는 날에도 몸의 컨디션에 따라 운동시간인 오후 5시가 되면 일을 중단하고 유도를 즐긴다.
김 씨가 유도를 배우는 올림픽기념유도관 경우 일반 사설 체육관에 비해 강습비가 저렴해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다. 월 회비가 5만원이지만 김 씨는 연간 회원(30만원)으로 등록해 운동하고 있다.
올림픽기념유도관은 ▷오전 6~7시 ▷오후 5~6시 ▷오후 8~9시 등 3개 반으로 나눠 매주 월~금요일 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올림픽기념유도관은 지금 보수공사 때문에 국제당수도연맹 본부도장에서 곁방살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리모델링 중인 올림픽기념유도관은 2월말쯤 다시 개장한다. 유도관은 담장을 없애고 매트를 교체하는 한편 천정, 창문, 샤워장, 화장실 등을 보수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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