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조작' 당국 첫 확인…검역원 "초기대응 실패"

입력 2011-01-26 10:23:29

농수산부 "의심축 첫 신고 6일 늦춰 발표"

전국을 살처분 아비규환으로 몰고 간 이번 구제역 초기 상황이 상당 부분 조작됐다는 의혹(매일신문 3일자 1면 보도)이 방역당국에 의해 처음 사실로 확인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5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제출한 '구제역 확산 원인 및 전파경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이번 구제역 첫 발생지인 안동 서현양돈단지에서의 의심축 신고는 작년 11월 28일 검역원이 처음 접수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6일 이른 작년 11월 23일 구제역 의심축 첫 신고가 있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당시 검사에 나선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가 구제역 간이 항체 키트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한 바 있으며, 이 과정에서 초동 방역조치가 늦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축위생시험소의 초기오판을 구제역 전국 확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검역원은 이 사례뿐만 아니라 3일 후인 11월 26일에도 같은 양돈단지 내 이웃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있었으나 가축위생시험소의 간이 항체 키트검사 결과 마찬가지로 음성으로 판정됐으며, 이같은 증세가 계속돼 축산농가들이 검역원에 재신고하면서 29일에야 첫 양성 판정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검역원에 의심축 신고를 한 것은 지금까지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험소의 거듭된 음성판정에 의심을 품은 권기택, 김재경 씨 등 안동 서현양돈단지 내 양돈농가들이 직접 검역원에 신고한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검역원에 따르면 또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는 하루 약 10억 개의 바이러스를 배출하며 무서운 속도로 구제역을 확산시키기 때문에 초기 오판으로 방역공백이 빚어지면서 문제의 양돈단지 내 돈사에 빠르게 감염됐다는 것. 결국 최초 의심축 신고는 작년 11월 23일이었지만, 이미 10일가량 전인 11월 중순쯤 구제역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특히 서현양돈단지 내에서는 당시 적어도 2개 이상의 돈사에서 수십(양모 씨)∼수백 마리(김모 씨)씩의 돼지가 폐사하는 등 구제역이 만연된 상태였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같은 검역당국의 분석이 사실일 경우 7∼14일간의 구제역 잠복기와 폐사 전 발병기를 감안한다면 최초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시기는 11월 초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검역원 관계자는 작년 12월 중순 경기도 파주, 연천 지역으로 전파된 구제역은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미처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축분 수거차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북 축산당국은 전국 축산농가가 밀집돼 운영 중인 점과 이번 겨울 한파가 지속되면서 차단방역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이 구제역 전국 확산의 요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재앙을 몰고 온 방역 실패의 책임을 축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자연환경 탓으로 돌려 인재가 아닌 천재라고 강변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발생 초기부터 축산농가에만 책임을 전가 시키려던 방역당국은 이번 구제역 초기 고의적 상황 조작에 의한 치명적 오판과 그로 인한 차단방역 등 구제역 초기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결국 전국적인 확산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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