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우루과이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대부분의 남미인들처럼 열성적인 축구광이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의 축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는 축구에 관해 쓴 자신의 저서 '축구, 그 빛과 그림자'에서 축구가 현대로 올수록 예술성을 잃어버렸다고 개탄한다. 과거의 축구는 뛰어난 개인기, 리듬감 있는 패스로 축구의 미학이 빛났으나 요즘에는 거친 수비가 난무, 기술을 봉쇄하면서 재미가 반감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수비 축구가 득세하고 화려한 개인기의 대명사인 브라질마저 고유의 스타일을 버리고 수비를 중시하다 8강에 그쳤을 때 그 같은 평가는 절정에 달했다.
축구가 전쟁처럼 격렬해짐에 따라 화려함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창의성이 활로를 열며 빛줄기를 던져주고 있다.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 축구 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 축구가 그 중심에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짧고 간결한 패스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고 공간을 창출해 화려하고 창조적인 공격 플레이를 펼쳤다. 대표팀의 공격수 이청용은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추구하는 이러한 공격 전술에 대해 만화에서나 가능한 어려운 움직임을 주문한다며 '만화 축구'라고 평했다. 그처럼 소화하기 힘들 듯하던 전술이었지만 어느덧 대표팀에 녹아들어 한국 축구의 진전을 구현해냈다.
조광래 감독이 강조하는 새로운 한국 축구는 스페인 축구를 모델로 한다. 스페인은 뛰어난 개인기와 짧고 간결한 패싱 플레이를 바탕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스페인의 명문 프로팀 FC바르셀로나는 거친 반칙이 성행하는 현대 축구에서 예술적 축구를 하는 대표적인 팀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축구는 이번에 '아시아의 바르셀로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아시안컵을 주목하게 만들고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 축구는 비슷한 유형의 플레이를 펼치는 일본에 가로막혀 51년 만의 정상 정복이 물거품이 됐다.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 이란과의 8강전에서 체력을 소진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룩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전진을 기대해 본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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