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생활] 인간을 위한 공간

입력 2011-01-25 07:55:30

건축기본법에서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부수되는 시설물을 말한다. 또한 '건축'이란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건축의 의미는 복잡한 사회 상황 만큼이나 다양하게 해석되어진다. 건축은 한편 건축물이 담아내어야 할 합목적성과 건축이 놓이는 땅에 대한 장소성, 그리고 그 건축이 배경으로 하는 시대성을 표현한 것이다. 즉 시공간적 맥락 속에서 건축의 사회적·문화적 역할 또는 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의 수많은 인공물 중 건축만이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땅'위에 만들어진다. 사람도 집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땅도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땅도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땅의 지형과 지세, 땅의 방위, 땅 위에 존재하고 생장하는 초목, 바람의 흐름과 주변의 풍경 등을 포함한 모든 조건들이 건축공간과 장소를 디자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땅의 형상이 곧 건축의 형상이며 건물은 지형에 근거하여 서로 얽히며 도시의 풍경을 구성한다. 건축은 주어진 여러 가지 요소를 분석하여 건축가의 메시지를 접목시키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그것들 상호간에 관계를 맺게 됨으로써 다른 공간 또는 장소와 구별되는 고유한 독자성을 획득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건물이 생겨나고 건축은 건물이 아니라 공간을 창조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발전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땅 위의 어떤 장소에 머무는 것이고, 인간은 자신이 만든 형태로 그것에 반응하며 건축물의 형태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인간은 주변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파악하고, 공간의 관계를 통해 사건이나 행위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건축은 단지 물리적으로 건물을 만드는 일만은 아니어서, 그 터에는 사는 이의 마음과 의미가 깃들게 마련이다. 이것을 장소성(sense of place)이라 부른다. 장소는 건축에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특정한 의미를 지닌 상징적 장소, 일시적이거나 역사적인 사건의 장소, 사회·문화적으로 규범으로 규정 되는 장소, 어떤 이미지를 품고 있는 마음의 장소 등 장소는 의미가 하나로 통합된 상황을 나타내므로 반드시 구체적인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장소는 집이 지어지기 전에 주어지는 물리적인 장소로 땅의 표면이 차지하는 장소와 집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우러나오는 장소성으로 인간의 감성으로 만들어지는 감각을 담은 장소로 구별된다.

결국 인간을 위한 공간이 진정한 공간이다. 건축은 곧 인간의 삶을 위한 공간, 생활을 위한 장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건축물을 만드는 모든 행위이다. 공간의 설계와 형태의 구성은 시대의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의미를 반영하며, 장소는 지리학적 위치(Location)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구성되는 총체적인 의미의 공간라고 볼 수 있다.

장소는 특정한 위치에서 발생하는 자연과 문화의 통합이며, 서로 다른 장소들과의 공간적 상호작용을 내포하고 있고, 오랜 시간 누적된 역사적 흐름을 내포하고 인간이 그 장소에 의미와 믿음으로 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그 장소는 언제나 인간의 구체적인 생활이 아울러 일어나는 곳이어야 한다. 건축에서 장소란 건물이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는 터전이고, 인간의 마음과 의미가 깃들어지는 곳이며, 인간이 시간의 흐름과 관계를 맺는 자리이다.

㈜건축사사무소 미르건축 대표이사/건축사 조 만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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