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찬 바람 휘몰아치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고개를 움츠린 채 발걸음을 재촉한다. 따뜻한 집이 그리워 서둘러 귀가하지만 지독한 한파에 난방 보일러가 고장 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유달리 추운 올겨울 추위처럼 전에 없이 팍팍하다.
서민들의 밥상은 더 이상 풍요롭지 않다. 치솟는 물가에 지갑은 조금만 열리고 반찬은 소박해졌다. 검소해진 식단이 어떤 경우에는 영양 과잉으로 인한 건강을 개선시킬 수 있겠지만 먹는 즐거움을 줄여야 하는 것은 결코 반갑지 않다. 국가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는데 일반 국민들의 생활 체감 지수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전보다 못한 듯하니 어찌 된 일인가.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은 부를 일구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은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복지 정책 대결을 촉발시켰다. 민주당이 먼저 치고 나왔다. 민주당은 무상 의료, 무상 급식, 무상 보육에 대학 반값 등록금을 내용으로 하는 '3+1 보편적 복지 정책'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 국민의 70%를 대상으로 보육을 지원하고 대학 등록금 대출을 지원하는 '선택적 복지 정책'을 내세우면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던지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복지 정책 대결을 벌이면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복지 정책에 대해 막대한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기에 영합하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고 있고 민주당은 증세 없이 부자 감세 철회, 자연적 세수 증가 등으로 증세 없이 실행 가능한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복지 논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복지 방안조차 재원이 적지 않게 들 것으로 분석한다. 보수 진영이든 진보 진영이든 대체로 시각이 일치한다. 조세 부담률과 사회보장 부담률을 합한 우리나라의 국민 부담률은 25~26%대로 OECD 국가 중 평균치인 영국, 독일보다 10% 포인트가량 낮은 점을 들어 증세가 거론되고 있다.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 복지 확대를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증세 없이 재정 지출의 우선 순위를 바꾸어 복지를 조금 확장하는 데 그치든지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듯 복지 확대는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 정부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됐던 빈부 양극화가 지금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현 정부는 성장을 중시하면서 그 과실이 아래로 흐르는 정책을 추구해 왔지만 현실은 나아진 것이 없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고 결혼하기도 어렵다. 결혼한 사람들은 과다한 양육 비용과 열악한 보육 여건으로 인해 애 낳기를 꺼리고 이로 인해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800만 명에 달하며 장사가 안 돼 비정규직 근로자로 추락하는 자영업자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절대빈곤층 250만 명, 근로빈곤층 410만 명, 저소득층 400만 명 등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천여만 명의 인구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암울한 현실이 지속되면 사회 불안이 야기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복지 확대는 성장과 함께 더 이상 분배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인식과도 함께한다. 복지 개념이 분배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민주당 시각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국민들을 돌보아야 할 문제라는 한나라당의 입장 차 속에서도 국가가 국민들의 생활을 더 많이 챙겨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관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가다듬고 만들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金知奭(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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