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수정안 수용 여부를 놓고 세종시 문제가 정가를 뒤흔든 데 이어 이번에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를 비롯한 정부는 공정한 공모 절차를 통해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과학벨트의 후폭풍을 의식해서인지 19일 대전에서 열기로 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대전에서의 회의가 지역 이해가 맞서고 있는 과학벨트 입지 판단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얼마 전 과학벨트의 충청행을 옹호했던 홍준표 최고위원도 "대전에서 회의를 열면 과학벨트의 충청행이 당의 결정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과학벨트를 정치적으로 풀었다가는 반발이 거셀 것을 당 지도부가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18일 정두언 최고위원 주최로 열린 '과학벨트, 어디로 가야하나'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소동이 일었다. 정 최고위원이 개회사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세종시가 유령도시로 가고 있는데 방치해선 안 된다. 교과부도 과학벨트가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보완하고 제도적인 인센티브를 충족한다고 이미 판단해놓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서병수 최고위원도 축사에서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방청석에서 "포항 등 다른 곳에서도 과학벨트 유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결정된 것처럼 호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면서 토론회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광주시 유치를 주장하는 호남권 방청객들도 술렁거렸다.
당의 갈팡질팡과 달리 정부는 단호하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은 교과부 장관이 '과학벨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하게 되는 것으로 공정한 절차(공모)를 거쳐야만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국회 교과위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도 "지난해말 과학벨트법이 통과됐고 그 법대로라면 공모를 거쳐야 하는데 정치권이 왈가왈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권으로서는 현재 당 최고위에 지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주호영 전 특임장관도 최근 "과학벨트는 원래 세종시 수정안을 전제로 한 공약인데 (세종시 원안이 가결됐으니) 세종시와 과학벨트는 별개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안상수 당대표도 "과학벨트 문제에 대한 당정 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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