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辛卯年) 첫날, 뉴스의 초점은 차기 대권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후보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지난 몇 년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여론조사 1위의 후보가 대권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관심을 끌고 있다. 그 후보가 지난주 자신의 지역구를 방문하기 위해 대구에 왔다. 수십 명의 기자단과 소위 계파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계파와 관계없는 국회의원들까지 그녀의 동선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그녀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별다른 화두를 던지지 않은 채 대구를 떠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신비주의에 기댄 그녀의 정책 부재를 논했고 일각에서는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말들을 쏟아내었다. 신년을 맞으며 많은 이들이 결심을 하곤 한다. 그 결심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려지기도 하고 지켜지기도 하면서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신년 초 대구를 방문한 유력한 대권 주자인 여성 정치인이 가진 결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소위 진보 진영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수에서 중도, 혹은 개혁적 보수로서 자신의 입장을 바꾸고 서민과 함께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강고한 자신의 기반을 확인하는 마음뿐이었을까?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사람들은 주로 두 가지에 의해 움직이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과 두려움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말은 그 여성 정치인과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 혹은 그녀를 반대하는 이들도 음미해야 할 말인지 모른다.
대중의 사랑과 두려움이란 사실 진정성의 문제다. 누군가를 지지할 때, 그것은 이해관계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시점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기 마련이다. 그 진정성이란 이성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기 쉽다. 다시 말하면 진정성이란 이해되고 분석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것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맹목적인 것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 사랑은 돌연 두려움이 되어 거부하게 된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제대로 된 정치를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장벽에 둘러싸여 미소 짓던 이들의 미래가 어떠했는지를 역사는 분명히 보여준다. 어느 한 개인이 대통령이 되느냐는 사실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퇴임한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가 부러운 것은 그를 지지한 대중의 사랑이 어디에 있는가를 그가 알았기 때문이다. 대구 방문 기간 내내 유력한 대권 후보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추위에 떨며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던 해고 노동자들과 그들을 막기 위해 대열을 만들던 경찰들의 고통을 제발 그녀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진정성의 이름으로.
전태흥((주)미래 티엔씨 대표)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