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등락하는데, 한번 올라간 국내유가는 요지부동
한국 석유제품 값에 직접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가격 등 국제유가 흐름과 국내 석유 가격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오르기만 하는 것이다. 특히 3년 전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최근 90달러 선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국내 유가는 당시 판매가(1천800∼1천900원)를 웃돌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4사 중심의 사실상 독과점 체제인 국내 정유시장의 폐해가 '배부른 정유사와 가난한 서민'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협화음 국내유가, 국제유가=국내 석유제품에 영향이 큰 국제 휘발유, 경유 가격이 12월 둘째 주에서 셋째 주가 되면서 각각 0.46달러, 0.39달러 내리기도 했지만 국내엔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은 지난달 21일 90달러를 넘은 이후 24일 91.58달러까지 올라갔다가 31일 88.80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이달 10일에는 전일보다 0.03달러 내린 90.32달러로 내렸다. 국제유가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환율 등에 상관없이 국내 석유값 변동은 상승 일변도다. 서울은 지난달 3일부터, 다른 시·도는 이달 초부터 단 한 차례도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달 9일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이번 주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12.5원 폭등한 ℓ당 1천817.3원으로 지난해 10월 둘째 주 이후 12주 연속 상승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게다가 3년 전 고유가 시절을 기억한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당시 배럴당 국제유가가 현재 90달러보다 훨씬 비싼 14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정작 국내 유가는 비싸야 1천900원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환율 등을 감안하더라도 3년 전 고유가 시대 때 배럴당 국제유가(140달러)와 요즘 유가(90달러) 아래에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이 비슷하다는 점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배부른 정유사와 가난한 국민=불붙은 기름값은 민심에도 불이 붙었다. 유가가 계속해서 오름세인 이유가 정유업계의 제몫 챙기기 행태 때문이라는 것.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91.32달러에서 99.18달러로 한 달 동안 8달러가량 인상됐다. 환율 변동을 감안하면 이는 ℓ당 65.7원 인상된 것과 같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공장도 가격은 12월 첫째 주 ℓ당 734.9원에서 12월 마지막 주 ℓ당 812.0원으로 ℓ당 77.1원이나 인상됐다.
소시모는 "국제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틈을 타 정유사와 주유소 모두 국내 휘발유 가격을 국제 휘발유 가격의 인상폭보다 더 많이 인상했다"며 "인상폭을 당장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국내 정유시장은 정유 4사의 독과점 체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몫 챙기기 관행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은 원유값이 잠깐 내렸을 때 원유를 확보했더라도 시차를 핑계 대며 계속 오른 값을 받는다"며 "유가 상승 덕분에 4분기 정유업계 실적이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한국까지 오는데 통상 15일 정도 걸리는 데다 원유 가공 시간도 있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정유 마진은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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