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월세 대책' 약발 받을까

입력 2011-01-11 07:54:11

"소형·임대주택 늘려 전세난 잡는다고? 글쎄요"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국토해양부가 최근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업계는 현재의 전세난은 매매수요의 일부가 전세시장으로 진입한데 따른 원인이 크기 때문에 매매거래 활성활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국토해양부가 최근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업계는 현재의 전세난은 매매수요의 일부가 전세시장으로 진입한데 따른 원인이 크기 때문에 매매거래 활성활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최근 발표한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실효성 있을까?

국토해양부는 이달 7일 물가안정대책 당정회의에서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대책의 골자는 공급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국민주택기금을 확대 지원하며,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지원 요건을 개선해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공급을 확대키로 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규모가 12~50㎡로 1, 2인 가구용인데다 월세가 대부분이어서 전세난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지금의 전세난은 매매수요의 일부가 전세시장 진입에 따른 탓도 있기 때문에 매매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 얼마나 올랐나?

계절적인 비수기를 맞아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다소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광역시와 지방에서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은행 월별 주택 전세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전국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0.7%였다. 서울과 수도권은 0.6%로 상승세가 다소 꺾였으나 광역시(0.9%), 기타 지방(0.8%)은 전세 물량 부족이 지속됨에 따라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조사대상 전국 144개 시·군·군 가운데 '상승'은 131곳인 반면, '보합'은 12곳, '하락'은 1곳에 불과했다.

대구의 경우 전체 평균 상승률은 0.5%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으나, 달서구(0.9%), 달성군(0.8%)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경북 전체는 0.3% 수준이었으나, 구미와 경산은 각각 0.7%, 0.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광역시 중에는 부산과 대전이 각각 1.6%, 1.5%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전세 대책

국토부가 발표한 전·월세 등 주거비 안정 방안의 골자는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이다. 우선 도시형 생활주택의 가구 수 제한 기준을 현행 150가구에서 300가구로 완화해 공급 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지원 요건을 개선해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하고 공공부문의 소형 분양·임대주택 입주 시기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에게 주변 시세의 30% 수준으로 공급하는 다가구 매입·전세임대 주택의 입주자 선정 절차도 단축하고, 서민과 저소득 가구 등에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5조7천억원을 2~4.5% 저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자격 요건(부부 합산 연소득)은 3천만원 이하에서 3천500만원 이하로, 구입자금은 2천만원 이하에서 3천만원 이하로 낮췄다. 또 다자녀 가구의 구입자금 금리는 연 4.7%에서 4.2%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이와 함께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집중돼 전세난을 부추기는 것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사업시행 또는 관리처분 인가 시기를 분산시킬 예정이다.

◆효과는 '글쎄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의 효과성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전세 시장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며 "오히려 과도한 공급 확대에 의존하는 전세 대책은 추후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카드는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하는데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의 한 건설사 분양담당 부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1, 2인 가구를 위한 좁은 집이며, 대부분 월세여서 자녀를 둔 학부모나 중산층의 전세난 해소에는 도움이 될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난에 대한 정부의 진단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지금의 전세난은 금융환경, 주택수급, 실물경기 등 경제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요인으로 벌어진 것인데, 정부가 너무 수급조절에만 매달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달서구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부족 현상은 저금리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려 임대수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불안 심리로 집을 사지 않으려는 경향도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세난의 주 원인은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며 "매매시장을 활성화해 전세 수요를 매매로 분산시키는 방안을 찾는 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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