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강의 도시를 만들자] <2>인공과 자연의 공존 獨 이자르 강

입력 2011-01-03 11:04:55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인공 둔치·보 걷어내고 물길도 내버려둬

복원 공사를 마친 이자르 강. 직선식으로 곧았던 강은 이제 S자형으로 물길이 흐르는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바뀌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숲길을 산책 중인 뮌헨 시민들.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복원 공사를 마친 이자르 강. 직선식으로 곧았던 강은 이제 S자형으로 물길이 흐르는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바뀌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숲길을 산책 중인 뮌헨 시민들.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자르 강 곡선구간 돌제방.
이자르 강 곡선구간 돌제방.
강변을 따라난 산책길을 걷는 시민들.
강변을 따라난 산책길을 걷는 시민들.

낙동강의 절반 길이인 이자르 강은 총 연장이 289㎞이다. 이 중 10여 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완공되는 복원 구간은 8㎞. 뮌헨시는 이자르 강 복원에 있어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란 목표를 내걸고 공사를 진행해 왔다. 이자르 강 복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세 가지.

치수(홍수 예방), 환경 복원, 그리고 이수(친수공간 개발)다. 도심을 흐르는 구간인 만큼 완전한 복원이 아니라 최대한 자연의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홍수를 막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뮌헨시 관계자는 "예전과는 지구 기후가 달라졌고 홍수의 빈도도 바뀌었다"며 "2㎞에 이르던 강폭이 직강화로 50m로 좁아진 이자르 강을 이전으로 복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자연형 하천으로 만드는 것이 이자르 플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자르 강이 원하는 모습으로

이자르 강 복원 공사의 공정률은 현재 95%. 6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공사가 진행됐고 도심 하류 지역에 마지막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이자르 강은 완전히 다른 두 모습을 갖고 있다. 복원 공사가 끝난 구간은 물길이 모래톱과 하중도(섬) 사이를 굽이쳐 흐르며 자연스런 물길을 형성하고 있지만 미복원 구간은 직선화된 운하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

마지막 공구를 찾아가자 거대한 각종 토목 장비들이 4대강 살리기 현장처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굴삭기는 제방에서 뜯어낸 콘크리트를 한편에 쌓고 있었고 대형 크레인은 몇백㎏이 넘는 돌을 강 바닥에 쌓고 있었다.

공사를 맡고 있는 리벌사의 알렉스 씨는 "이자르 강은 봄이 되면 알프스에서 녹은 물들이 내려와 수량이 불어나기 때문에 올겨울 동안 기본 공사를 끝내야 한다"며 "현재 콘크리트 제방과 보를 걷어내고 자연형 돌보와 제방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자르 강 복원의 1차 공사는 콘크리트 둔치와 보를 걷어내는 작업이다. 콘크리트 둔치를 걷어내고 강변을 넓혀 물이 흐를 수 있는 통수 단면적을 넓혔다. 또 강 바닥에 있던 콘크리트 하상 유지공을 걷어내고 돌덩이로 기초를 만든 뒤 바위를 지그재그로 올려놓아 유속을 줄이고 거품을 생기게 해 용존산소량을 높였다.

알렉스 씨는 "제방을 걷어내고 넓어진 강폭은 준설을 통해 물길을 넓혔다"며 "물이 흐르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초당 50㎥였던 유량이 초당 90㎥로 늘어났고 자연히 유속도 줄어들고 순해졌다"고 말했다. 직강화 시절 이자르 강은 수량이 많은 봄철과 여름엔 1초에 60t의 물이 흐를 정도로 유속이 빨라 수영을 금지할 정도였다.

또 도심 쪽으로 물러난 하천변은 뜯겨져 나간 콘크리트 대신 알프스에서 가져온 수천t의 자갈을 채워 자연스런 경사로를 만들었다.

뮌헨시 수자원국 마티아스 융 씨는 "복원 공사 후 하류의 물길이 'S'자 형으로 바뀌면서 자연 퇴적 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자갈과 모래가 쌓이면서 이제는 인위적으로 쏟아붓는 자갈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또 제방은 돌망태 위에 모래를 넣고 수풀을 키우는 방식으로 자연화 작업을 마쳤고 고기가 살 수 있는 어도를 만들었다.

특히 이자르 강 복원에서 눈여겨볼 점은 기본 공정을 마친 후 강의 모습을 미리 예측하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티아스 융 씨는 "200m로 넓어진 강폭의 추가 확장을 막기 위해 하천부지 지하에 돌벽(구조물)을 쌓았지만 물길은 인위적으로 설계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놔두었다"며 "수차례 홍수를 거치면서 현재의 자연스러운 물길과 섬, 그리고 모래톱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도 따랐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토목이나 수리학 전문가뿐 아니라 기상학자와 지리, 화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이자르 플랜 계획에 참여했고 강을 축소한 모형을 만들어 놓고 침식과 생태계 복원 등 사전 실험을 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6공구도 뮌헨공대 연구실에서 20대 1로 축소한 강 모형을 그대로 만들어 놓고 다양한 복원 방법을 연구 중에 있으며 연구 결과는 복원 공사에 바로 반영되고 있다.

신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고 출범 1년 만에 개발 계획을 마무리 짓고 4대강을 비롯해 지류들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공사에 들어간 한국으로서는 뮌헨이 추구한 '느림의 미학'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인공과 자연형 하천의 공존

8㎞에 이르는 이자르 강 복원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이 구간에는 아직도 인공 수로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뮌헨시를 흐르는 이자르 강은 직강화 공사 이후 두 개의 물길로 갈라졌다. 발전형 수로를 위한 큰 물줄기와 홍수를 대비하기 위한 작은 물줄기로 나눠져 있었던 것.

복원 공사는 작은 물줄기를 대상으로 시행됐고 발전형 수로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25개의 보가 있고 높이는 최대 20m에 이른다. 뮌헨시는 4개의 발전소가 상당한 전력을 생산하는 수로에 대해서는 이자르 강 복원 계획부터 공사 구간에서 배제했다. 하나의 강을 두고 인공 구조물 사이로 흐르는 강물과 자연형 하천으로 바뀐 강이 공존하고 있는 셈. 이자르 강 복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친수 공간 조성이다. 우선 하천변은 도시의 모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연결하는 'Street Net' 개념을 도입했다. 이러한 생태 산책로는 이제 뮌헨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일상 속의 장소가 됐다.

또 유속을 줄인 상류엔 물놀이 장소가 만들어졌고 중류 지역부터는 유량이 많은 계절 이용할 카누와 래프팅 장소가 만들어졌다.

뮌헨시 관계자는 "인공수로와 복원된 강 사이 공간은 오토캠핑장과 산책로, 미니 골프장 등이 조성돼 있으며 산책로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마사토를 깔아 자연형 길로 복원했다"며 "의회 의사당 앞 하중도에는 운동 기구를 설치해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체육 공원을 만들어 놓았고 어린이 놀이터도 곳곳에 있다"고 했다.

산책로에 시멘트 포장을 한 것은 자전거와 유모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흙으로만 두면 빗길에 파일 수 있어 자연과 인공을 절충한 지혜였다.

매일 이자르 강변을 산책한다는 마쟈르(67) 씨는 "이자르 강이 복원된 후 강변에 오면 뮌헨 도심 속에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라며 "주민 대다수에게 있어 이자르 강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휴식공간"이라고 했다.

실제 복원 공사를 마친 이자르 강변은 평일에는 1만여 명 정도, 겨울철을 뺀 주말에는 하루 5만 명 이상이 찾아올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가 됐다.

삭막한 독일의 공업도시 뮌헨에서 만난 이자르 강. 자연으로 돌아온 '강' 하나가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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