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면서 수업했어요."
대구 효성여고가 지역 소극장을 찾아가 연극을 관람하고 토론까지 해보는 이색 수업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올해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자기주도학습 중점학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마련된 열린 수업.
효성여고 1학년 전체 380명 학생이 이달 18일과 19일, 26일 등 3일에 걸쳐 참가했다. 학교 측은 "교실 안에서의 닫힌 수업에서 벗어나 예술현장의 열린 수업을 경험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을 갖도록 하자는 게 취지"라고 밝혔다.
극단 이송희레퍼토리와 함께한 이번 연극 작품은 '북경반점'. 희곡작가인 효성여고 이홍우 국어 교사가 직접 작품을 썼고 이송희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이 교사는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2학년까지 확대해 소극장 수업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극 북경반점은 북경반점의 사장과 사모님, 주방장, 배달원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사장은 임무에 충실하라며 아내와 종업원들을 속박하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자신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캄차카 반도로 떠날 궁리에 빠져 있다. 이들은 운좋게 로또 대박을 맞지만, 서로 로또의 소유권을 주장하다 복권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들은 과연 꿈꾸던 캄차카 반도로 떠날 수 있을까.
소극장 수업이 단순한 체험학습에 그치지 않기 위해 단계별 수업 목표도 세웠다.
먼저 학생들은 공연을 보기 전 미리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받고 작품을 분석했다. 조별로 나누어 희곡 대본에 나타나 인물이나 무대 공간을 창조해보고, 배역을 설정해보기도 했다. 공연 관람 후에는 무대에서 작가, 배우, 연출가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창작 의도'를, 배우는 자기 역에 대한 '성격 창조 방법 및 연습 과정'을, 연출가는 작품의 원본을 어떻게 무대에 형상화시킬 것인가의 '연출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마지막으로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은 이론 수업 때 상상으로 그려본 배역과 무대 상황 등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느낌을 적어 교사에게 제출하는 식이다.
1학년 신은지 양은 "연극이라고는 어릴 때 본 아동극이 전부인데, 이번에 연극배우들이 직접 하는 공연을 소극장에서 보게 돼 정말 감동스러웠다"면서 "연극을 수업과 연관시키니까 더 이해가 잘된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송희 대표도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탄성을 자아내는 학생들을 보면서 연극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효성여고 측은 "내년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 배우가 함께하는 소극장 수업을 실시해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 전국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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