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인구의 경제학

입력 2010-12-27 10:49:39

고대 로마제국의 황금기, 인구는 1억 2천만 명에 달했다. 현재 일본 인구에 육박하고, 19세기 유럽 인구보다 많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멸망할 무렵 인구는 5천만 명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인구 급감이 로마의 쇠망을 불러일으킨 한 요인"이라며 "제국의 위력은 인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인구가 2025년 7천500만 명을 정점으로 이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남과 북 모두에서 저출산'고령화로 한반도 인구가 7천500만 명을 넘기기 어렵고, 2050년경에는 7천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기번의 주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구 감소, 특히 생산인구의 감소(2016년 예상)는 국력의 쇠퇴를 부른다.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게걸음을 걷고 있다. 수출 '외끌이 경제'의 한계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수출과 더불어 내수가 '쌍끌이'로 우리 경제를 견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수시장 규모가 최소 1억 명은 돼야 한다. 미국'일본'독일 등 경제대국들의 인구가 1억 명을 넘거나 1억 명에 가깝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5천만 명에 불과한 인구마저 저출산'고령화의 강화로 줄어드는 추세다.

출산 장려 정책을 통해 저출산을 고출산으로 바꾸는 것도 여의치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육비와 교육비로 인해 아이가 '최고로 비싼 소비재'가 된 현실에서 낳으라 한다고 무턱대고 낳을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북쪽을 우리 내수시장에 편입시킨다면 1억 명엔 못 미치나 적어도 현재 시장 규모의 절반 정도는 확대할 여지가 있다. 개혁'개방이든 통일이든 북이 우리 경제권에 편입되면 노동시장은 물론 내수시장까지 넓어지고 인구 구조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공격 등으로 급랭 상태인 현재의 남북 관계를 감안할 때 이마저도 기대난이다.

그러나 북의 김씨 세습 왕조의 도발과 응석을 적절히 조절'제어하는 지혜를 우리는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안보 리스크와 협소한 내수시장이란 2중고로 '2만 달러의 수렁'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한반도 인구의 감소란 에이지퀘이크(age-quake)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