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연말연시 행사 정치인 초청은 그만"

입력 2010-12-25 07:14:55

"송년회 시즌이 절정에 오른 최근 오후 5시부터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지역 송년모임에 겹치기로 참석하고 있다." "하루 평균 5, 6개 송년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많을 때는 행사가 10개에 달하기도 하는데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엔 양해를 구하고 아내가 대신 참석하기도 한다." "조기축구회, 산악회, 구청 행사, 송년회까지 온종일 쉴 틈이 없다." 19일 모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이다. 수도권 한 지역구 기초의원이 연말 각종 행사 참석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충북도 시장·군수협의회와 제주도, 서울시 중랑구, 경북 구미시·군위군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단체장들의 각종 행사 참석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하루 평균 3~5회, 연간 1천 회 이상의 행사 참석으로 인한 단체장들의 업무 공백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가급적 많은 행사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2010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정치인들도 그 기초의원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게다.

선출직은 선거에서 상대보다 1표라도 더 얻어야 당선된다. 이들의 행동은 표와 연결되는 만큼 각종 단체의 행사 초청을 뿌리치기 어렵다. 더 고민되는 것은 빈손으로 참석하자니 뒤가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뭔가 들고 갈 수도 없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정치인들의 기부행위 즉,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에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익 제공의 의사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래저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차제에 이런 정치인들의 고민을 십분 이해해 이들에 대한 초청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은 어떨까? 연말연시 행사에 정치인 초청을 가급적 자제해서 이들이 본연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들 정치인은 행사 참석 횟수가 줄어드는 대신 시·군정을 위한 정책 구상, 현안 해결을 위한 소통과 현장 행정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더욱이 우리 지역에는 지난달 발생한 구제역으로 많은 축산농가가 슬픔에 빠져 있고, 모든 행정력이 구제역 차단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농부들의 정성어린 손길과 봄·여름의 따뜻한 햇볕은 가을에 튼실한 과일을 수확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세금을 들여 어렵게 뽑은 지역 대표들이 올바른 정책을 펼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민의 격려와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치인과 단체장은 이제 행사에 그만 초청하자.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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