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요 예측 축소는 신공항 포기 속셈 아닌가

입력 2010-12-15 11:03:40

정부가 동남권신공항 추진을 차일피일한 것은 영남권 지자체들끼리 입지를 놓고 다투기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신공항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음이 확인됐다. 국토해양부는 제4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1~2015년)을 세우면서 종전보다 대폭 축소한 항공 수요 예측을 근거로 신공항 건설을 제외시켰다. 영남권 지자체들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다.

국토부는 지난 2006년 제3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할 당시 미래 항공 수요를 예측하면서 영남권 공항들이 2025년쯤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07년 신공항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해공항의 경우 확장 가능한 여유 공간이 없어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토대로 김해공항 등 기존 영남권 공항들이 2027년까지 여유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 예측이 불과 몇 년 새 조변석개한 것은 연구 용역 결과가 부실했거나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연구원 측은 정부의 주문이나 외압은 없었고, 수요 분석 잘못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믿을 수 없다. 저가 항공사가 대거 등장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른 항공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터에 수요 예측 축소라니 말이 되는가.

본란은 부산과 다른 영남권 지자체들이 신공항 입지를 놓고 다툴 때부터 자칫 잘못하면 신공항 건설이 무산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었다. 그 경고가 현실이 됐다. 영남권 지자체들은 이제 입지를 놓고 다툴 때가 아니란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을 것이다. 영남권 지자체들이 대동단결해 먼저 할 일은 제4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동남권신공항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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