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증환자 사망률 13%로 전국최고…인력, 시설 태부족
최근 4세 여아가 장중첩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면서 대형 병원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대구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은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시설 탓에 심각한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체계적인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 이번 여아 사망과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응급실 관계자들조차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말 소화불량과 복부 통증으로 지역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60대 중반의 한 노인은 검사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환자는 증세가 심해지자 다시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급기야 간 기능의 70% 이상이 망가진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환자 가족은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겼고, 딸의 간 일부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며 "처음부터 왜 제대로 진단을 못했는지 병원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손가락 절단사고를 입은 40대 남성도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다시 손가락 수술 전문병원으로 옮긴 뒤에야 접합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첫 사고 이후 병원을 전전하며 허비한 시간은 반나절을 훌쩍 넘겼다.
접합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절단 직후 바로 전문병원을 찾아왔더라면 잘려나간 손가락 3개를 모두 살릴 수 있었지만 결국 1개는 포기해야 했다"며 "특히 휴일이나 야간시간대 응급사고는 우리 의료시스템상 종합병원을 거쳐 전문병원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심근경색 및 뇌질환, 중증 외상 등 3대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은 대구가 평균 7.3시간으로 부산의 9.2시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길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들은 "현재 인력과 시설로서는 어쩔 수 없다"며 "하루 평균 80~120명이 응급실을 찾고, 많을 때엔 160여 명에 이르는데 심도 있는 진단과 처치가 쉽지 않다"고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 환자 중 중증응급환자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6.2%에 불과했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3대 응급환자 외에 응급으로 판단되는 환자까지 포함해도 전체 응급실 환자의 20% 정도"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중증 응급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 분석결과 2008년의 경우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내 조사망률(인구 1천 명당 사망률)은 대구가 1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부산 12.6%, 울산 12.4%, 경북 12.3% 순이었다.
모 전문병원 관계자는 "손가락 절단 사고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들렀다가 온 환자만 10월에 42명, 11월에 41명에 이른다"며 "전문병원에 대한 응급환자 활용도를 높여야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