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도 하루 종일 바쁜 '에너자이저'
'끔벅끔벅'
큰 눈이 더 커보였다. 특히 무엇인가 얘기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할 때 더 그랬다. 1일 개봉한 영화 '쩨쩨한 로맨스'의 여주인공 최강희의 첫 인상은 괴짜 마녀 같았다. 그 큰 눈을 뜨고 감을 때 시계바늘을 느리게 가게 한다거나 곁에 있는 사람의 정신을 자신에게로 몰입시키는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뜻 모를 말을 던졌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하루 종일 바빠요. 엄마가 '넌 도대체 잠 안자고 뭐 하냐'할 정도니까요. 딱히 '뭐 한다'라고 할 수는 없는데, 참 할게 많아요. 완전 에너자이저예요."
#'개봉하면 극장 가서 보고 싶어져' 출연 선택
거참, 재미있고 흥미롭고 궁금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그녀는 왜 이 영화를 택했을까. "시나리오를 읽는데 '개봉하면 극장 가서 보고 싶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의 답은 명료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가진 전형적인 틀을 따라가지만 그 안의 캐릭터들이 식상하지 않고 신선하다는 점이 좋았고요. 다만 여태껏 보여준 저의 발랄한 이미지가 또 이어진다는 점에선 좀 망설였어요."
최강희는 쉽게 갈 수 있는 포장도로보다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가고 싶은 것 같았다. 대중들
이나 영화계 관계자들이 그녀를 떠올릴 때 대번 생각나는 이미지, 흔히 '싱크로율 100%'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또 익숙한 캐릭터를 선택했다.
#귀엽고 발랄한 '다림' 싱크로율 100%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하잖아요. 정말 잘 안 지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끝까지 가보자'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끝을 보고서 개운하게 떨쳐 버리고 앞으로 다른 쪽으로 가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죠. 그래서 이번 영화는 정말 작정하고 연기했어요."
'생글생글'
최강희는 이번 영화에서 허세 작렬의 섹스 칼럼니스트 다림 역을 맡아 뒤끝 작렬의 성인만화가 정배(이선균 분)와 1억여원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말만 번지르르한, 이론만 박식하고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다림이란 캐릭터는 언뜻 평면적인 모습에 머물 수 있었지만 그녀를 만나 귀엽고 발랄한 인물로 재탄생됐다.
"영화 속 다림은 참 밝디 밝잖아요. 그런데 실제 저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것을 즐겨요. 귀여운 면은 좀 있는 것 같은데 '통통' 튀지는 않아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욕구를 푸는 것 같아요. 상상이나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연기로 토해내니까 재미있어요."
#마음속으로 하고픈 말 연기로 토해내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누구나 미소 띤 얼굴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최강희 역시 그랬고,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연기는 제게 일상의 탈출구예요. 그래서 참 좋아하는데, 저 혼자 너무 좋아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연기를 남자로 비유한다면 저와 잘 사귀고 있는 것은 맞는데 제가 더 사랑한달까. 잘 사귀고 싶은데 잘 안되는 그런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09년 그녀는 포토에세이 '최강희,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배우로서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힌 그녀. 혹시 아직도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걸까.
"실컷 사춘기를 겪고 이제 그만 탈출해야지 하고 있어요. 그때는 제가 하는 연기가 괜히 못마땅하고, 남들이 좋다고 해도 제가 만족을 못했거든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고 할까요. 요새는 철이 좀 든 것 같아요. 그만 '징징대자'라고 마음 먹었어요."
#연기로 사랑받는 배우 되고 싶어
그녀는 자신이 철이 든 징후로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라 말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신 스스로 과제를 만들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뜨개질을 한창 열심히 했는데 그 또한 벌써 접었단다. 쉴 새 없이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힘을 내고 있다는 그녀. 그녀가 도달하고 싶은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예전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영화의 팸플릿을 보고 그 영화의 주인공인 스칼렛 요한슨을 너무나 부러워하게 됐어요. '감독, 배우의 재능과 사랑에 빠지다'라고 적혀 있는 문구 때문이었는데요. 정말 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해요. 저도 꼭 그런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힘을 바짝 낼거예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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