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따듯한 성금

입력 2010-12-06 07:35:06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갖 자태를 뽐내던 단풍이 계절을 비켜가지 못하는 듯 낙엽으로 길거리를 어지럽히는 처량한 신세가 돼버렸다. 달랑 한 장만 매달려 있는 달력이 올해가 한 달이 남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1월 29일 서울 정동 모금회 건물 외벽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했다. 매년 이맘때 전국 시'도청 광장에서 기관장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갖고 눈에 띄게 설치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출범한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 기관이다. 모금회를 통한 국민 성금 규모는 설립 이듬해인 1999년 213억 원에서 지난해 3천300억 원으로 15배가량 커졌다.

이 모금회가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성금 유용 등 각종 비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11월 22일자 일간 신문들은 "사랑의 열매 맺을 돈으로 단란주점서 '배신의 열매'" "공동모금회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모금회 관계자들이 법인카드로 단란주점과 노래방 등에서 2천만 원을 유용하는가 하면 워크숍 경비 3천300만 원을 스키나 래프팅, 나이트클럽 등에서 썼다 한다. 국민의 성금으로 적립된 기금을 책임감과 도덕성으로 철저하게 관리 운용했어야 함에도 이 같은 비리가 드러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올해 성금 모금은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2개월간이다.

올해도 한 달을 남긴 지금, 매년 이맘때면 이웃을 돕는 성금이 더욱 늘어나는 시점을 앞두고 이런 일이 불거져 나와 성금 기부 급감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정부가 기금 운용 쇄신책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국민들도 기부를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추워진 날씨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우리의 따뜻한 성금은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성금' 등으로 활용되는 '따뜻하다'를 '따듯하다'로 쓸 수도 있다. '따뜻하다'는 덥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알맞게 높다, 감정 태도 분위기 따위가 정답고 포근하다라는 뜻이다. '따듯하다'는 '따뜻하다'보다 여린 느낌을 주며 큰말은 '뜨듯하다'이다.

앞서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에 나오는 '그만두다'를 '고만두다'로도 표기할 수 있다. 준말은 '고만두다'는 '관두다', '그만두다'는 '간두다'로 헷갈려하지 말자. "그는 직장을 관두고 여행을 떠났다." "하던 일을 간두고 잠시 쉬었다."로 활용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듯이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혼자 하는 것보다 서로 힘을 합쳐서 하면 더 쉽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여럿이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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