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댄 당국, 최초 발생지 살처분 늑장

입력 2010-12-01 09:23:19

"방역 방어선 10㎞ 이상으로 넓혀야"…초기방역 차질 초비상

안동시 서후면 이송천리 2차 구제역 발생지 앞 공터에 구제역 방역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인력시장 노동자들이 방역복만 착용한 채 구제역 우사를 구경하면서 30일 오후 내내 웅성대고 있다.
안동시 서후면 이송천리 2차 구제역 발생지 앞 공터에 구제역 방역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인력시장 노동자들이 방역복만 착용한 채 구제역 우사를 구경하면서 30일 오후 내내 웅성대고 있다.

공무원 총동원령 등 당국의 구제역 총력 차단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안동의 양돈 농장 구제역 바이러스가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 확정 발표 이틀 만에 반경 3㎞의 방어선을 뚫는 등 초기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29일 오후 농식품부가 안동 서현양돈단지의 구제역 발생 발표 다음날인 30일 오전 방역당국이 설치한 방어선을 넘어 최초 발생지점에서 8㎞나 떨어진 서후면 이송천리 한우 축사에서도 2차 구제역이 발생했다. 여기에다 영양 지역에서도 구제역 증상을 보이는 한우가 발견되자 경북 북부 축산농가들은 초긴장 상태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최초 발생지에서 시행한 돼지 살처분 작업조차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방역대책본부는 애초 30일 정오까지 첫 발생지에서 돼지 2만여 두를 모두 살처분, 매몰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목표량의 15%가량에 불과한 3천여 마리만 살처분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초기 방역과 대응이 차질을 빚으면서 30일 오후 착수한 2차 구제역 발생지 반경 500m내 한우 살처분 조치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모두 4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한우 87마리를 살처분할 계획이었지만 전문인력과 살처분 약품 공급 차질, 중장비 동원 늑장 등으로 이날 밤 늦도록 절반도 처리하지 못했다.

대책본부는 특히 1, 2차 발생지 사이의 축사밀집지역으로 구제역 전염의 이중 위협에 처한 와룡면 주하리와 북후면 도진·물한·연곡·오산리 등지에 대해서는 방역 활동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본부는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반경 500m 이내를 발생지로, 반경 3㎞ 이내를 위험지역으로 설정한 뒤 방역 등은 1, 2차 발생지에만 매달려 있고, 발생지 사이의 축사밀집지역은 비전문가인 면장에게만 맡겨 기본적인 예찰활동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방어선을 최초 발생지에서 10㎞ 이상으로 넓히거나 1, 2차 발생지를 중심으로 양쪽을 다 포함하는 타원형 형태의 2차 저지선을 재구축해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0일 오후 서후면 이송천리 2차 발생지에서 만난 한 역학조사 요원은 "이미 2차 구제역 발생으로 애초 설정한 첫 발생지의 반경 3㎞ 방어선은 무너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돌파된 1차 방어선에 연연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할 수 있는 만큼 2차 방어선 설정을 조속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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