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광주銀 인수, 성공 땐 지방銀 리딩뱅크 자리매김"
대구은행이 당초 알려진 경남은행뿐만 아니라 광주은행의 인수 의향을 밝힌 데는 다양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은행 리딩뱅크의 자리를 굳힐 뿐만 아니라 단번에 시중은행과 맞먹는 규모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것. 또 그동안 타 지방은행의 냉담한 반응으로 무산됐던 지방은행 공동지주사 설립을 단번에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인수 가격의 상승이 예상돼 무리하게 인수에 나섰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구은행은 왜 광주은행 인수에 나섰나
대구은행이 광주은행 인수전에도 뛰어든 이유는 이번 기회를 지방은행 공동지주사를 설립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2006년부터 지방은행 공동지주사 설립을 타 지역 6개 지방은행에 꾸준히 제안해왔다. 지방은행 공동지주사는 1개 지주사 아래 2~5개 지방은행을 두는 시스템으로 기존 지방은행의 정체성과 독립성은 유지하면서 공동자회사를 통한 종합 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또 기존 영업 구역이 유지되기 때문에 점포 및 인력의 구조조정 없이 추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구은행이 이번 기회에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인수하면 그동안 지방은행 간 주도권 싸움 끝에 흐지부지됐던 지방 공동지주사 설립을 단번에 이뤄낼 수 있게 된다.
경남·광주은행 인수전에서 승리하면 지방은행 업계 1등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대구은행(자산규모 31조원)이 경남은행(24조7천억원)과 광주은행(17조9천억원)을 인수하면 자산규모 73조6천억원의 대형 지방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시중은행인 씨티은행(57조원)을 넘어 SC제일은행(75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영업권도 기존 대구경북에다 울산·경남·광주·전남까지 확대된다.
◆인수 가격 상승은 부담으로
금융권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10% 인정할 경우 매각방식에 따라 인수금액은 경남은행의 경우 9천500억~1조6천억원, 광주은행은 5천700억~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구은행은 인수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는 유력한 인수 후보인 대구은행이나 부산은행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사모펀드나 공상은행 등 해외자본이 경남·광주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역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지방은행 고유의 역할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구은행은 재무적투자자(FI) 2, 3곳을 유치한데다 내부유보금도 7천억원 수준이고, 기존 주주들도 유상증자 등에 호의적이어서 인수 자금 마련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입찰참가 의향서를 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우리금융에 대한 상세 정보가 담긴 투자설명서를 주고 다음달 20일까지 예비입찰을 해 본입찰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자위는 예비입찰 마감일 때까지 최종 입찰 대상자 선정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예비입찰 평가 기준은 물건을 살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볼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한 변수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예비입찰 참가자들의 제안서다. 예비입찰 때는 입찰가와 인수물량을 써내야 한다. 예비입찰 참가자는 ▷우리금융그룹 정부 지분 인수가격 ▷광주은행을 제외한 지분 인수가격 ▷경남은행을 제외한 지분 인수가격 ▷경남·광주은행을 모두 제외한 지분 인수가격 등 네 가지 희망가격을 적어 넣어야 한다. 희망가격을 비교하면 예비입찰 참여자들이 경남·광주은행의 기업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와 우리금융 인수 시 해당 지방은행도 포함될지 여부 등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독자 민영화' 여부에 따라 경남·광주은행 인수전도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흐름으로는 독자민영화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우리금융이 경남·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지주가 독자생존에 실패한다면 구도는 복잡해진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