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문화도시 도약과 구미

입력 2010-11-26 10:03:19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마지막 황녀(皇女) 덕혜옹주의 삶을 춤으로 표현한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 앙코르 공연이 24일 오후 7시 30분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 공연은 지난 6월 18일 첫 공연을 선보인 후, 이를 관람한 시민들의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올려지게 됐다.

공연 시작 20분 전 1천200여 석의 객석은 물론 통로와 계단까지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관람객이 넘쳤다. 1시간 동안 20여 명의 무용수들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공연은 막을 내렸다.

구미시립무용단은 구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이미 각광을 받고 있다. 9월 초 2010 세계청소년올림픽 개최에 맞춰 싱가포르 대통령궁의 단독 초청을 받아 공연했으며, 중국 장사시에도 초청돼 공연을 펼쳤다. 국내에서는 순회 공연을 계획 중이다.

중소도시인 구미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그 자체만으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 특히 '회색 공단도시' 구미를 무용 하나로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지역 예술단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구미시립무용단이 이번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 앙코르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데 든 비용은 고작 800여만원이다. 이마저도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무용수들이 소품을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는 등 직접 나서 무대를 만들었다.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순수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대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 정도 작품이면 최소 1억원 이상 든다는 것이 예술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구미시는 수많은 고액 공연들을 잇따라 유치해 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구미시립무용단의 재공연 도전을 보면서 이제는 구미시도 자체 '명품 공연'을 만들려는 노력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 예술인들의 순수 예술에 대한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구미시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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