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일 '여성학과' 계명대 조주현 교수

입력 2010-11-20 07:47:31

"10년간 국가 정책과 밀월관계 여성학 자유정신 회복이 과제"

국내 여성학과의 전성기는 1990년대, 여대생 수도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이 대거 창출되던 시기였다. 진보적 정권들의 여성 정책과 맞물려 여성학과는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0년, 수도권 대학을 제외하고 여성학과가 있는 대학은 계명대, 부산대, 신라대가 고작이다. 숙명여대, 대구가톨릭대 여성학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폐과됐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여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 모든 것은 여성계의 위기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기회이기도 하다.

"여성학계는 지난 10년간 국가 정책과 밀월관계를 이뤄온 점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여성 정책과 여성 운동, 여성학자들이 국가 주도의 정책에 끌려온 게 사실이니까요. 원래 여성학의 자유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의 과제입니다. "

조주현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는 IMF 외환 위기 이후 사회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과거 여성의 이름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익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성 내에서도 수많은 계층으로 분화되면서 각각의 이해관계가 달라진 것. 신자유주의 흐름이 여성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문제는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력이 중요해지면서 전문직에 여성이 진출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반해 나머지 여성들은 비정규직과 서비스직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여성의 이익 또한 다양해졌다. 그 결과 여성의 '젠더'(gender) 문제가 사회복지, 심리, 법 등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1997년 창설된 계명대 여성학연구소는 그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학과를 불문하고 젠더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공동 모임으로 출발했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소속 교수가 40여 명이 넘어요. 경찰행정학, 법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등 소속 학과도 무척 다양하지요. 기금도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해 왔어요."

이들은 점심식사를 곁들인 토론모임인 브라운백 세미나를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관심사를 공유한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계명여성학세미나는 연구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 다양한 학과의 연구자들이 모여 13년간 매달 1회씩 79회의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교수는 물론이고 석·박사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가능했다.

이들은 매년 초 여성과 관련한 논제를 개발하고 확장시킨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가 제기하는 주제를 통해 여성학계의 최신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앞으로 여성학은 학자들이 노력하는 만큼 진전될 거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희망이고 힘이죠. 개인 여성의 작은 노력들이 큰 의미를 갖게 될 겁니다."

최세정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