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 관객들과 만남이 작가에겐 가장 큰 힘이죠"
지난해 초 문화예술을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대구시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 예술 프로젝트가 발의됐다. 중구청 지원으로 순수 미술작가들이 침체된 시장 곳곳 비어있는 공간에 입주, 몇 개월의 작업 끝에 그해 5월 전시회를 열었다. 격(?) 있는 사람이나 재력가들이 들락거리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시장판에서 열렸던 전시회는 성황을 이뤘다. 동네 개구쟁이들, 시장상인들, 평소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일반 시민들까지 작품을 보고 만지는 등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넘쳐났다.
방천시장 한곳 'B커뮤니케이션스'라는 작업 공간에서 유월회 사무국장 정세용(40·조각) 작가를 만났다.
"현장과 결합한 예술이 그렇게 인기를 끌 줄 몰랐죠. 일부 작가들은 '어! 이곳이 참 재미있는 공간이구나'라고 느꼈죠. 지원이 끊겨 떠난 작가들도 있지만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웠던 작가들이 계속 상주하며 현장성 있는 예술작품 활동을 하기로 했죠."
현장 속 예술을 지향하는'유월회'(회장 정태경·회화)의 탄생은 이렇듯 방천시장 전시가 끝난 2009년 6월 막걸리 뒤풀이 자리에서 14명의 작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이다. 현재는 회원이 17명으로 늘었다.
"각자 따로 떨어져 작업을 할 때보다 시장이라는 공간에 모여 작업함에 따라 서로의 예술관을 토론할 기회도 많아 친해졌고 또 아이들이나 상인, 시민들도 거리낌 없이 작업공간에 들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서 예술의 현장화가 비주얼작가들에게 사회공헌도를 높일 계기가 된 거죠."
유월회는 결성 당시 1년에 2회의 전시회를 약속했다. 2009년 11월 작가들이 주머니를 털어 연 첫 전시회 이후 이달 1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한 달간 네 번째 전시회인'Fusion Deco'를 열고 있다. 현장 예술가들의 모임답게 '현장성 있는 상업공간과 예술이 만난 데코레이션의 미'를 표현해보자는 의미에서 전시 장소도 병원(티파니 성형외과), 주점(백만볼트), 레스토랑(헬베티카), 커피숍(프란체스코) 등 4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참여 작가는 12명으로 입체설치, 회화, 사진, 조소, 금속공예, 한국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구문화재단으로부터 300만원의 지원도 받았다.
"포스터를 만들고 장소를 섭외하면서 대구문화재단 지원금이 큰 힘이 됐죠."
정 작가에 따르면 단체와 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넓혀졌고 사회 속으로 들어가기도 쉬워졌다. 또 작가가 직접 뛰며 팸플릿을 만들고 홍보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덜게 됐다.
"유월회는 앞으로도 시장이나 열린 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시회를 열어 일반 시민들과 예술이 친숙해질 기회를 자주 갖도록 해 예술이 지닌 벽을 얇게 하는데 일조할 겁니다."
어릴 적 별을 좋아했던 정 작가는 이번 'Fusion Deco'전에 '봄베이'라는 푸른 술병을 모티브로 고리를 연결해 천장에 걸어둔 작품과 풍만한 비너스의 몸에 여러 별자리를 새겨 넣는 등 장식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작품 6점을 출품했다.
"별은 따뜻한 유년시절 추억의 상징이며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별을 주제로 한 작품구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정 작가는 경북대학교 미술과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미국 멤피스 예술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섯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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