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시행착오 결과일 뿐…"
"전통이란 단순한 기법의 전승이 아니라 이 시대에 가장 현대적인 작품입니다."
도예가 연봉상의 작품은 작은 우주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깊은 바다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해저 유물 같기도 하다. 세월의 흔적인 따개비를 본 듯도 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따개비의 느낌을 살린 도자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토기와 도자기 기법을 결합한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했다. 그의 작품은 토기처럼 거칠고 투박하지만 높은 온도로 구워내 물이 새지 않는다. 도자기와 토기 기법의 장점을 취합한 것.
그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장작 가마를 사용한다. 장작 가마에 한 번 불을 때면 24시간 꼬박 매달려야 하는데다 가스 가마보다 실패 확률도 높다. 하지만 그는 자연의 느낌이 살아있는 장작 가마만을 고집한다. 그래서 그는 "도자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감성에 무게를 둔 것.
그의 작품은 불교계에서 G20 정상들과 장관들에게 전달할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기념품으로 선정돼 행사 기간 중 봉은사에서 전달될 예정이다. 수천 수만 명의 도예가 사이에서 연 씨가 선택된 이유는 뭘까.
"청자와 백자 작품을 하는 작가들은 많아요. 저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저만의 독특한 작품을 한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점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요?"
그는 이번 기념 작품 제작을 위해 한 해 동안 장작 가마에 다섯 번이나 불을 지폈다. 평소엔 일 년에 서너번 하기도 힘든 작업이다. 한 번은 가마에 들어간 작품 모두가 내려앉아 실패한 적도 있다. 고생 끝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와 최근 모두 서울로 올려 보냈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는 주변의 자연을 적극 활용한다. 주변에 지천인 복숭아 나무, 콩깍지 등을 태워 유약을 만든다. 장작을 패고 불을 때고 도자기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은 크다. 작품이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차문화 특별전, 2004년 경북대 박물관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22년간 팔공산에 파묻혀 작품 활동을 해왔어요. 한동안 전시가 뜸했는데 G20 기념 작품 제작을 잘 끝냈으니 이제 대중들과 만나는 전시도 활발하게 할 생각입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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