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미네랄워터 아끼며 마신다
울진의 대표적인 온천인 덕구온천지구와 백암온천지구는 명암이 갈리고 있었다. 덕구는 개발 초기 단계인 탓에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준비 중이었고, 온천수에 대한 고민도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백암은 총체적 위기로 내몰리고 있었다. 관광객이 급감한 탓에 온천지구 내의 각 시설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위기의 밑바닥에는 온천수 오남용 문제도 깔려 있었다.
◇덕구온천
덕구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이다. 1991년 현재 덕구온천지구에 온천수를 활용한 2층 건물의 업소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 용천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온천지구에서 4㎞가량 떨어진 덕구계곡에서 동력 없이 물을 용수해 관을 통해 끌어 쓰고 있다. 자연 용출되는 지역에 5개의 공을 뚫어 놨다. 1호공은 80m, 2호공은 150m, 3호공은 288m, 4호공과 5호공은 각각 368m 깊이로 관을 심어 놓은 것. 이곳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는 설치된 관을 따라 온천지구로 전달되고, 각각 온천시설에 제한된 양을 공급하고 있다. 지하에서 관을 통해 용수를 하고 있지만 동력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용출이라는 것이 온천지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연 용출되는 지역에는 분수대를 설치해 온천수가 용출되는 모습을 관광객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주변에 간단한 족욕 시설도 만들어 놨다. 취재진이 찾은 날은 평일인 탓에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관광객 수는 2007년 54만여 명, 2008년 50만여 명, 2009년 46만여 명, 올 9월 현재까지 34만여 명이 찾았다.
◆온천수 이용량=㈜한국중앙온천연구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덕구온천지구 온천자원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온천수 이용량이 2000년 20만7천593㎥(569㎥/일)이었고, 2004년 20만9천676㎥(575㎥/일), 2006년 15만6천590㎥(429㎥/일)이었다. 2007년 21만4천10㎥(586㎥/일)을 보였고, 2008년은 11월까지 18만2천242㎥(499㎥/일)을 사용해 다소 감소했다.
자연용출량은 최소 1천763㎥/일에서 최대 1천883㎥/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온천지구에서는 1일 적정 이용량을 1천828㎥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용량은 하루 평균 500㎥ 가량이어서 나머지 지하수량은 사용하지 않고 그냥 흘러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과거 조사에서 적정 양수량이 4천100㎥/일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어 그 원인에 관심이 쏠렸다. 보고서는 "덕구온천지구에 대한 과거 조사시 적정 양수량이 4천100㎥/일이었지만 정확한 산출근거가 없다"며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자연용출량을 직접 조사한 수량이 아니라 1호공, 2호공 및 3호공의 각 공별 굴착 당시의 간이수량을 측정해 합한 것으로 판단돼 정확한 의미의 적정 양수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울진군청 관계자는 "양수량만 보면 지하수가 줄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당시와 현재의 측정 방법이 다소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온천개발에 대한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전국 유일의 자연 용천 온천으로 자랑하고 있지만 온천수가 줄어들면 동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철저한 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의 많은 온천이 지하수를 오남용하면서 수질 악화와 수량 감소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덕구온천도 물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개발 계획=온천지구는 덕구온천벽산콘도와 호텔덕구온천 등 단 2개의 숙박업소만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벽산콘도는 하루에 33톤을 사용할 수 있고, 호텔덕구온천이 객실에 92톤을 사용 가능하고, 호텔덕구온천대중탕이 하루 1천톤을 사용토록 허가했다. 하루 이용량 1천828㎥ 중 3개의 시설이 1천125㎥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향후 온천지구의 개발 계획에 따르면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여관 15개, 콘도 2개, 호텔 1개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들 시설에 현재 남아도는 703㎥을 사용토록 하겠다는 것이 울진군청의 복안이다.
민호기 ㈜호텔덕구온천 부장은 "다른 시설물이 들어서더라도 적정 이용량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울진군청이 백암온천과 달리 양수부터 공급까지 관리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 있어 지하수 오남용의 위험이 다소 적다는 것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백암온천
◆위기의 백암온천=한 때 전국 최고의 온천으로 각광을 받던 백암온천이 위기에 처했다. 수질과 주변 환경이 뛰어난 백암온천지구는 1979년 국민관광지, 97년 관광특구로 지정받았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해 온천 관련 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온천수를 사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으로 온천이 생겨나고, 특히 IMF 이후 기름값이 급상승한 데다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 있다가 재투자에 소홀한 것도 위기를 부른 원인이다. 온천지구 성류파크관광호텔 서성호 사장은 "IMF 이후 기름값 상승 등으로 서울에서 백암까지 관광버스 비용이 120만원이 됐고, 한 때 너무 장사가 잘 되다 보니까 골프장 조성 등 주변 투자에 인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업소도 한 때 종업원이 170명이나 됐지만 현재는 20여 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온천지구에는 각종 숙박업소와 여관 등이 위용을 자랑했지만 정작 손님들은 별로 없었다. 관광객도 대부분 노년층이었고, 젊은층은 찾기 힘들었다. 관광객 수가 연 160만 명을 넘는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초라할 정도다. 2007년 39만여 명, 2008년 35만여 명, 지난해 33만여 명이 찾았다.
이처럼 관광객이 준 탓에 문을 닫는 시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백암관광호텔과 동아호텔, 농협복지관 등 5개 시설이 문을 닫았다. 현재 온천지구에는 호텔 4곳과 콘도와 모텔이 각각 1곳이 운영 중이다. 또 일반음식점 5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 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돈벌이는 안 된다는 것이 이곳 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위기의 원인=백암온천의 위기는 여러 각도에서 찾을 수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온천이 대중화됐으며, 관광 문화도 다변화됐다. 하지만 백암의 온천수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암 온천수에는 유황 성분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한다. 유황은 예로부터 만병을 물리치는 명약으로 알려졌고, 특히 중금속, 화공약품 등 공해물질을 해독하는 신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대부분이 온천들이 유황 성분을 자랑하고 있다. 온천지구의 정돌만 문화관광해설사는 "유황이 어디 가버리고 없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지하 50~60m 정도에서 양수할 때는 유황 성분이 있었지만 더 깊은 곳에서 양수하면서 유황 성분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백암온천은 250~300m 지하에서 동력을 이용해 양수하고 있다.
또 온천공이 현재 52개로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82년 실시한 온천지구의 최초 자원조사에서는 33개공이었다. 하지만 2008년 발간된 백암온천지구 온천자원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2개공이 있으며, 이 중 소재 확인이 불가능한 공이 6개, 사용하지 않는 공이 14개, 이용 중인 온천공이 19개이었다. 13개공은 사용할 수 없다가 원상회복이 된 공으로 분류했다.
이를 종합하면 무분별하게 공을 뚫어 온천수를 끌어다 사용한 결과 지하수가 줄어들면서 공을 더 깊게 굴착을 했고, 그 과정에서 유황 성분이 사라지는 등 수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적정 양수량과 온천관리 대책=온천자원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당시 이용량은 약 2천500㎥/일로 과거 조사 당시의 이용 허가량 5천41㎥/일의 약 2분의 1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수위는 약 120m나 하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수위 하강을 감안해 각 공의 이용허가량을 과거 허가량의 2분의 1 이내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온천자원의 적정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이용 중인 온천공의 양수 수위가 지표 아래 130m에 도달하면 수중모터펌프의 가동이 중단되도록 자동수위조절봉을 설치해 적정양수량 이내로 이용량을 제한할 것으로 권고했다. 또 이용 중인 모든 온천공에 수위 측정관과 정밀도가 높은 적산유량계를 설치해 지속적인 자료 수집에 의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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