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개점땐 500년 약령시 '존폐 기로' 내몰린다

입력 2010-11-03 10:17:30

도심 교통대란, 상권 직격탄…손님 끊겨 장사 포기 약재상 속출할 듯

내년 8월 현대백화점 개점을 앞두고, 500년간 명맥을 유지해 온 대구 약령시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오면 약전골목, 종로골목 주변 교통 지·정체가 극에 달하고 도심 상권이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8년 8월 현대백화점 대구점 신축에 따른 교통영향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경우 하루평균(14시간 기준) 진·출입 교통량이 1만4천여 대에 이른다. 특히 가장 혼잡한 퇴근시간대(오후 6~7시)에는 1천700여 대가 백화점에 드나들 것으로 예상됐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도심 교통량은 약령시 일대 교통대란을 부르고 이는 결국 상권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약령시 일대는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1.05㎞ 구간) 이면도로 소통정책 부재로 이미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고 오후 7시만 되면 상점 불이 꺼지는 등 도심 속 섬으로 전락했다. 구매력이 높은 장년층들이 자동차를 몰고올 수 없는 탓에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마저 대책 없이 개점하면 약령시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 약령시 등으로 이어지는 중구청의 근대골목 투어와 현대와 근대가 공존하는 근대문화권 형성 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재철(우성약업사 대표) 한약도매협회 대구지회 회장은 "약전골목 80여 개 약재상 다수가 세를 들어 영업을 하고 있다"며 "지금도 대중교통지구다 해서 교통난이 심해 손님이 뚝 끊겼는데 현대백화점까지 들어오면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들도 속속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청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애초 현대백화점이 약전골목으로 출구를 내려고 하는 것을 일대 교통대란을 우려해 달구벌대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자칫 현대백화점 개점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도심 골목투어와 근대문화권 작업이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심 상권의 지각 변동도 약령시를 생사의 기로로 내모는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오면 약전골목 일대 상권이 아울렛, 식당가 등 젊은층 위주로 업종 변화가 이뤄지고 덩달아 건물 임대료까지 올라 영세 약재상들이 퇴출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입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염매시장 떡집골목의 일부 상인들은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영업을 접어야 했다. 염매시장 주변 한 상인은 "몇십 년째 장사하고도 오른 세를 감당할 수 없는 상인들은 자리를 떠야 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약전골목의 경우'무늬만 한방특구'로 지정돼 있어 별다른 보호막과 규제가 없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연구팀장은 "거대 백화점이 개점하면 일대 상권이 크게 변하고 재래 상권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약전골목 일대도 현대백화점 영향으로 식당, 아울렛 매장 등 다른 업종이 상륙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대구 약령시는?

대구 약령시(중구 남성로)는 조선 효종 9년(1656)에 문을 연 후 지역 보건·의료 및 경제·산업 등에 크게 기여해 왔다. 또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과도 약재를 교역하는 세계적인 한약재 유통물류의 거점 역할을 했다. 약령시는 지역특화발전특구 제도가 시행된 2004년 한방특구로 지정돼 지역경제 효자로 각광받았으나, 이후 특구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치 못하고 있다.

현재 약재도매상, 한의원, 제탕·제환소 등 224개 상점이 밀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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