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치고받고

입력 2010-11-01 07:38:29

지지난 주 청와대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이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고 박 원내대표가 10월 19일 발언함으로써 촉발됐다.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전날 중국 공산당 제17차 당 중앙위원회에서 군권을 장악하는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됨으로써 차기 중국 지도자로 전날 확정된 인물이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청와대가 정면 반박에 나서면서 양측은 치고받는 설전을 벌였다. 급기야 중국 정부가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공식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발언에 대한 논란에서 '지지난 주'는 지난주의 바로 그 전주(前週)를 뜻한다. '지지난 주'를 '저지난 주'로 표기하면 잘못이다. '지난주' '지지난 주'와 같이 시점을 나타내는 단어로 '내년' '후년' '내후년' 등이 있다. '내년'은 올해의 다음 해로 명년(明年), '후년'은 내년의 다음 해로 내명년(來明年), '내후년'은 후년의 다음 해로 후후년 또는 명후년이라고 한다. 올해 2010년을 기준으로 2008년은 지지난 해, 2009년은 지난해, 2011년은 내년, 2012년은 후년, 2013년은 내후년이다. "내년에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후년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18대 대통령 선거, 내후년에는 경남 산청에서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다."로 쓰인다.

서로 말로 다투거나 주먹이나 발 등으로 때리고 맞다는 뜻의 '치고받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를 '치고박다'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 '치고받다'에서 '치다'가 있어 두들겨 치거나 틀어서 꽂혀지게 하다라는 뜻을 지닌 '박다'로 잘못 생각하여 '치다+박다'의 복합명사로 오해하여서는 곤란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인해 국내 문제에 중국 외교부까지 끌어들이는 상황이 일어남으로써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이번 일로 인하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발언의 진위와 관계없이 대중국 외교에 있어 얻는 것보다 잃어버린 것이 많았던 셈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아니면 말고 식'의 흠집 내기 말실수는 조심해야 한다. 한 번 뱉어버리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 말이다.

공자(孔子)는 "말에 믿음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말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 줄 수도 있고 책망할 수도 있으며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을 한다는 것은 비겁하기도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무례(無禮)가 될 수도 있다. 따뜻한 말로써 상대에게 기분 좋게 한다면 세상은 더욱 밝아지지 않을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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