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육상 이야기] 육상선수의 심장

입력 2010-10-29 09:44:48

크기 기능, 일반인 1.5배 수준

육상선수에겐 세부 종목별로 특이한 체력이 요구된다. 단거리, 도약 및 투척선수 경우 순간적인 파워가 주로 강조되며 중·장거리선수 경우 지구력이 강조된다. 파워와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세부 종목별로 특성화된 훈련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과정에서 육상선수의 심장 구조도 차별화된 변화를 나타낸다. 심장은 신체 각 조직에서 요구되는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혈액을 계속해서 뿜어낸다. 운동 시 효율적인 에너지 대사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심장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계속적인 훈련을 통해 육상선수는 더욱 튼튼한 스포츠 심장을 완성하게 된다. 육상선수의 심장은 심장크기와 기능에서 일반인들과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다. 초음파 심장 촬영기술(Echocardiography)로 심장 구조와 기능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육상선수는 좌·우 직경이 일반인의 거의 1.5배 이상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좌심실 크기가 현저하게 증가되어 혈액을 한 번에 짤 수 있는 양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중·장거리와 마라톤선수의 심장에서 나타나며 한 번에 짜내는 혈액량이 많기 때문에 심장박동을 자주하지 않아도 되는 효율적인 심장기능을 나타낸다. 마라톤선수의 안정 시 심박수는 현저하게 감소하여 40~45회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반인은 60회 이상을 나타낸다.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황영조는 선수시절 38회까지 기록한 바 있다.

심장 무게도 차이를 나타내는데 중·장거리 혹은 마라톤선수는 350~400g에 이르지만, 일반인은 약 300g에 불과하다. 충분한 산소공급의 혈액 박출을 위해서는 좌심실의 근육이 발달하여 두꺼운 심장 벽을 가져야 한다. 장거리 혹은 마라톤선수의 심실은 심실 벽도 발달하지만 심실 내의 용적 자체가 더욱 현저하게 증가하는 특징을 가진다. 보스턴마라톤에서 7번이나 우승한 미국의 클라렌스 드마르 선수는 좌심실 벽과 함께 용적 크기가 일반인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거리와 투척선수는 심실 용적의 변화는 거의 없으면서 좌심실 벽만 주로 두꺼워지면서 실제 박출량은 일반인과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안정 시 심박수는 일반인들보다 많이 감소하지 않는다.

육상선수 심장구조 변화의 세부종목 간 차이는 훈련내용의 차이에 기인한다. 중·장거리와 마라톤선수들은 훈련과정에서 심박출량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심실동강의 높은 수준이 계속되는 용적 자극이 지속되기 때문이며 단거리, 투척 및 도약선수들은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순간적인 긴장 시의 증가된 동맥혈압 자극을 통해 심실의 벽만이 두꺼워지는 변화를 나타낸다. 심장에도 계속해서 산소가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심장자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내경도 일반인보다 2, 3배 굵어져야 한다. 장거리 및 마라톤선수들은 대부분 관상동맥이 적절하게 발달하는데, 단거리, 투척 및 도약선수들은 가끔 관상동맥이 균형적인 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발달한 심실 벽을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육상선수의 초인적 능력의 배경에는 훈련을 통한 심장 발달이 중요한 토대를 이룬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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