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시인으로, 아동문학 큰 별로, 길위의 작가로 한국문단에 큰 족적
안동·청송·영양 등 경북 북부지역은 우리나라 근·현대문학의 획을 그은 이육사·조지훈 선생 등이 태어나고 숱한 작품들이 남아있는 그야말로 '문향·문학의 고장'이다. 또 우리시대 최고 작가로 일컬어지는 김주영·이문열 선생이 태어나고 그들의 작품 속에 고향의 산천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고장이다. 안동의 권정생 선생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큰 별로 인정받으면서 선생이 살았던 안동시 일직면 조탑마을과 선생 작품의 배경이 됐던 경북 북부지역 곳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경북도는 안동과 영양, 청송 등을 연결하는 한국 근·현대문학 관광벨트를 조성한다. 올해 모두 17억원을 들여 영양 주실마을과 석보 두들마을, 김주영의 소설 '객주'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 북부지역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言行' '知行'이 하나였던 저항시인 이육사
육사 이원록 선생은 1904년 4월 4일 안동군 도산면 원천리에서 퇴계 선생의 14대손으로 태어났다. 보문의숙과 도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인 1920년 17세의 나이로 맏형 이원기, 아우 원일과 함께 대구로 나왔다. 1924년 21세에 독지가의 후원으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동경정칙예비교와 일본대 문과 전문부에 다니다 스스로 그만두고 1925년 대구로 돌아와 조양회관에서 활동하면서 북경을 드나들었다.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돼 4형제가 처음으로 옥살이를 했으며 대구 격문사건과 군관학교 출신자 검거 등으로 수 차례 피검되기도 했다.
선생은 1930년 27세의 나이로 이상하에게 보낸 첫 시 '말'을 발표했으며 1933년 신조선지에 시 '황혼'을 발표, 본격적인 시작활동에 나섰다. 이후 1936년 '한개의 별을 노래하다'를 시작으로, 1939년 '절정' '청포도', 1942년 '광야' '꽃' 등 해마다 숱한 시 발표를 통해 조국의 암울했던 상황을 작품에 담아냈다. 1940년 7월 모친과 맏형의 소상에 참여하기 위해 귀국해 원촌에 지내다 상경 길에 현병에게 붙잡혀 북경으로 압송, 이듬해인 1944년 1월 16일 오전 5시쯤 41세의 젊은 나이에 북경감옥에서 순국했다.
그로부터 탄신 100년이 흐른 2004년, 안동시는 선생의 고향마을 어귀에 '이육사 문학관'을 건립해 문을 열었으며 '이육사탄신 100주년 기념행사'를 마련, 선생을 추모하기도 했다. 7천600㎡의 대지 위에 조성된 이육사문학관 1층에는 3개의 전시실, 2층에는 기획전시실·영상실·시인의 작품을 탁본할 수 있는 체험 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해마다 '이육사 문학축전'을 마련해 선생의 시 정신과 나라사랑을 알려오고 있다. '육사시문학상'을 제정하고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육사 시세계 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육사 문학관은 앞으로 '상설문학캠프 운영', 북부지역 문학 자원과 연계한 '문학 테마 기행', 문학 현장학습 등을 통해 작품세계뿐 아니라 '언행일치' '지행합일', 즉 말과 행동이 같고 아는 만큼 실천했던 이육사 선생의 삶과 인간적 면모를 제대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육사문학관 이위발 사무국장은 "선생의 삶은 개인영달과 욕망이 아닌 조국·민족과 연계된 삶이었다. 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해 '저항시인'이라는 고정된 시각 외에도 작품 속에 나타난 선생의 다양한 삶과 인간적 모습을 알리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문학관 앞 쪽으로 육사시공원, 한옥 숙박시설, 생가복원 등 생태마을을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 했다.
이육사 선생의 딸 옥비(70) 여사는 "아버님의 작품과 관련한 자료 수집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안동시가 육사문학관 운영 활성화에 더 많은 예산 지원을 해야한다. 앞으로 육사문학관을 비롯해 북부지역 문학테마 프로그램이 엄청난 관광자원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가난한 부자, 동화나라로 간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광복직후 1946년 외가가 있는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어려서부터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 힘겹게 생활했다. 객지를 떠돌면서 결핵과 늑막염 등의 병을 얻어 평생 병고에 시달렸다. 1967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해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됐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1984년부터 교회 뒤편의 빌뱅이언덕 밑에 작은 흙집을 짓고 혼자 살면서 작품 생활을 하다 2007년 5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거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2009년 3월 그의 유산과 인세를 기금으로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됐다.
그의 삶과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낸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희생해 남을 살려냄으로 결국 자신이 영원한 그리스도적 삶을 살아가는 것.
안동시와 (재)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은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오두막집과 망호리 옛 일직 남부초교 일대에 권정생 선생을 기리는 '강아지 똥 동화나라'를 조성한다. 총 예산 30억원을 들여 유품 전시관과 들꽃 학습장, 시청각실, 소공연장, 각종 동화 관련 어린이 시설들이 들어선다.
(재)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함께나누는세상 등과 함께 '북한우유보내기 희망출정식'을 가지는 등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북한 어린이돕기에 나서고 있다. 해마다 선생의 추모기일을 정해 다양한 행사와 선생의 참 뜻을 세상에 알리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재)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안상학(시인) 사무처장은 "선생의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의 유지를 하나씩 받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1회 '권정생창작기금' 선정작에 대해 창작기금을 전달했으며 공부방 도서 기증, '엄마까투리'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했다"고 밝혔다.
◆최고 문학인, 길위의 작가 김주영
1939년 12월 7일 경북 청송의 찢어지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진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를 따라 대구로 나와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대구농림고등학교 축산과를 졸업했다. 농대를 진학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1962년 대학을 졸업하고 안동에 있는 엽연초생산조합에 입사했다. 이 해에 아버지와 동생을 잃고 그후 10여년을 술로 방황하는 세월을 보냈다.
1970년 '여름사냥'이 월간 문학에 가작 입선되고, 1971년 10월 '휴면기'로 월간 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1989년 절필 선언과 함께 소설쓰기를 중단하고 1990년 아프리카로 취재 여행을 떠났다. 1991년 동아일보에 장편 '야정'을 연재하면서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82년 '외촌장기행'으로 소설문학상을, 1984년 대하소설 '객주'로 제1회 유주현 문학상을, 1993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1999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주영은 '길위의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소설 '객주'를 사실상 길위를 걸으면서 썼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설 객주의 무대가 됐던 곳곳을 독자들과 함께 또 다시 걷고 있다.
청송군은 김주영의 대표작 객주를 테마로 한 '문학테마타운'을 조성한다. 2012년까지 청송 진보면 진안리 옹기동막 일대 등지의 부지 5만6천여㎡에 총 270억원을 들인다.
이 곳에는 객주 문학관, 주막을 중심으로 한 객주 테마장터, 한방보양식당 등이 있는 약수보양센터, 민박형 주막과 펜션타운 등 숙박시설, 객주 영상관, 객주 풍물레저타운 등이 들어선다. 객주 문학관은 폐교된 진보제일고를 리모델링해 '객주 문학학교'로 재활용하고 원주 토지문학관이나 인제 만해마을과 같은 집필실을 갖춰 문인들에게 제공하며 학생 등 독자들의 체험학습 및 문학 캠프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객주테마타운 건립은 소설 '객주'의 가치와 김주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문학과 재래장터 등을 연계한 객주 테마타운이 생기면 전국 최고의 문학적인 컨텐츠뿐 아니라 관광명소로도 유명해질 것"이라 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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