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본 종교적 성인의 고통
700가지의 고통이 아니라 7가지의 고통조차 참지 못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고통한계지수다.
그렇다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과 6년간 가부좌를 틀고 고행에 나선 부처님의 고통은 어느 정도였을까?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당시 양쪽 어깨에 무게 50㎏에 달하는 십자가를 졌다고 알려졌다. 성인이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무게이지만 모진 고문에 따른 심한 출혈과 탈수 때문에 참기 힘든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십자가로 사용된 가로목은 고통을 주기 위해 일부러 다듬지 않은 상태라 더욱 큰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통나무의 무게 때문에 채찍으로 남긴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다시 벌어졌고 그 상처 속으로 통나무가 거침없이 파고들었을 것이다. 또 로마군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상처에서 흘러나온 진물로 착 달라붙은 옷을 벗겼다. 그 상태에서 옷을 벗기면 화상 수준의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마군은 예수의 양 손목에 길이 14㎝ 쇠못을 박았고 발에도 못을 박았다. 세 개의 못은 손과 발로 가는 중심부위를 지나는 혈관과 신경을 끊어 출혈을 유발했고 이에 따라 예수는 심장 통증과 호흡곤란 상태로까지 이어져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다. 또 예수는 숨을 제대로 쉬기 위해 팔꿈치를 구부리고 어깨도 함께 들어 몸을 위로 끌어 올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세는 못 박힌 발에 몸무게 전체를 싣게 되므로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팔꿈치를 구부리는 동작은 팔의 신경을 더욱 손상시켜 결과적으로 매번 호흡할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느껴야 했고 십자가에 달린 뒤 3시간 만에 운명할 수밖에 없었다.
부처의 고통은 무려 6년간 지속되었다. 6년의 고행은 부처를 아사시키거나 불구로 만들 수도 있었다. 부처는 오랜 기간 단식을 했고 목숨이 실낱같이 위태로워졌다. 결국 부처는 아사 직전에 어린 소녀가 준 한 그릇의 밥과 우유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실제 부처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의 사지는 마른 곤충과 같고, 나의 엉덩이는 황소의 발굽과 같고, 나의 튀어나온 척추는 공의 실밥과 같고, 나의 여윈 갈비뼈는 무너진 헛간의 꾸불꾸불한 서까래처럼 되었다. 나의 눈은 깊게 파여 들어가서 눈동자는 깊은 우물의 물처럼 반짝거린다. 익지 못한 박이 더운 바람에 시들고 쪼그라지듯 이 내 머리가죽도 그렇게 되는구나.'
인체는 12시간 이상 굶게 될 경우 포도당 대신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사용하여 에너지를 공급한다. 계속 굶게 되면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지방은 케톤으로 분해된다. 케톤은 당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사용돼 지방이 줄게 된다. 그러나 체내지방량이 극히 적어지게 되면(남성 7%, 여성 10% 미만) 기아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는 전해질 불균형, 탈모, 심혈관계 부작용 및 부정맥, 신부전 등에 따른 어지럼증, 위장장애, 혈압저하, 호흡곤란 등의 고통이 동반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통증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부처처럼 가부좌 상태로 장시간 오래 있으면 신경이나 혈관의 압박으로 다리 저림 현상이 발생하고 혈전증이 발생한다. 또 고관절(엉덩이 관절)과 무릎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옴으로써 관절통과 관절변형이 오게 된다. 이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일어서서 걷지 않는다면 다리 근육의 역직과 약화가 와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최창희기자
도움말 최창동 통증클리닉 원장,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봉일 대구가톨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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