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나눔과 봉사' 제가 가야할 길…임종우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

입력 2010-10-15 07:02:12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기부와 봉사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된 요즘 '함께 나눔'의 정신을 지구촌으로 확대하고 있는 국제적 의료봉사단체다. 취임 1년을 맞은 임종우(52) 사무총장은 "이제야 체질에 딱 맞는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국제보건의료재단은 북한과 개발도상국·재외동포·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부지원금이 대폭 늘어 올해 집행예산만 220억원에 이른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 홀몸노인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 하얼빈에는 '조선민족병원'에 의료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또 북한 온정리병원 현대화를 추진하고 북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B형 간염 예방사업도 벌이는 등 남북한 건강공동체 구현을 위한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임 사무총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지 못하는 분야에서 보건의료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재단은 국제협력 증진과 인도주의 실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잠깐이나마 공직에 있다가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일을 하게 돼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던 그에게 의료재단 근무는 새로운 도전이자 변신이었다. '자의 반 타의 반' 청와대를 떠났지만 그는 재단 사무총장에 취임한 후 정부 예산 100억원을 더 확보하고 20여 명의 직원을 충원하는 등 재단 발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타고난 친화력과 '마당발' 인맥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사실 법조인의 길을 꿈꿨다. 석사 장교로 병역의무를 마치면서 응시했던 사법시험 1차에선 단번에 합격했다. 하지만 2차에서는 떨어졌고 이듬해 2차시험 때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시험 중 배가 아파왔고 결국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시험을 끝내지도 못했다. 몇 년간 더 고시 준비를 했지만 운이 닿지 않았다.

서른이 넘어가자 그는 취직을 하기로 했다. 마침 선배로부터 법대 출신 비서관을 뽑는다는 국회의원을 소개받았다. 초선 시절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이후 강 전 대표의 비서관으로 5년여간 일했지만 미련을 버리기 힘들었다. 사시에 재도전하겠다며 국회를 떠났던 것.

그러나 서른 중반에 사시 공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고 결국 3년 만에 포기하고 주택관리사 자격 시험에 도전, 작은 성취를 이뤘다. 그 자격증으로 경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관리사무소 소장으로 일하게 됐다. 1997년에는 2천 가구에 이르는 대구 달서구의 삼성명가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스카우트되는 등 이 분야에서 명성을 얻기도 했다.

2000년 영주에 있는 동양대학교 기획과장으로 옮긴 것도 마당발 인맥 덕분이었다. 그는 이곳에 와서도 신설 대학에 대한 정부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중국 유학생들의 대부'로 자리매김하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했다.

대학에 정착한 그를 청와대로 불러낸 것은 강 전 대표와의 인연이었다. MB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던 차에 법률 지식이 풍부한데다 아파트관리소장과 지방대학 교직원 등을 거치면서 서민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 눈에 띈 것이다. 이제 그는 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나눔과 봉사를 통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대륜중, 경북고, 서울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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