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아파트 수요자들의 구매 행동이 깐깐해지고 있다.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여겨 '묻지마 계약'을 했던 과거와 달리 아파트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과 입지는 물론 아파트의 구조나 환경 등을 꼼꼼히 따지는 등 신중한 구매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 구매 의사를 가진 소비자들은 사전에 신문이나 부동산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거나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조언을 구하는 등 구매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 모델하우스를 수차례 방문하거나 아파트 건축 부지를 답사하는 등 발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모델하우스에 근무하는 분양상담 직원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문의와 허를 찌르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빼는 일이 잦다.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더 샵' 분양담당 직원은 "계약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 계약 때까지 모델하우스 방문 횟수가 평균 5.5회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무려 15회나 방문하고 난 뒤 계약한 고객도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결정 과정이 참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달서구 '달서 AK그랑폴리스' 분양담당 직원은 "이달 8일 모델하우스 오픈 이후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방문하는 고객도 있다. 처음에는 분양가와 입지 등을 살피더니, 올 때마다 문의 내용이 달라진다"며 "소비자들이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브랜드 하나만으로 승부한다거나 분양가가 싸다고 해서 분양에 성공한다는 것은 옛말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전처럼 브랜드나 건설사 광고만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이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모델하우스 방문 전에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모델하우스와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하나씩 확인한 뒤에야 계약을 하는 것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열기가 고조됐던 3, 4년 전만 해도 건축 현장을 찾아가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었다. 이제는 아예 모델하우스와 건축 현장을 오가는 셔틀버스까지 운행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정보를 갖고 모델하우스를 찾기 때문에 고객들의 궁금증을 분석해 수시로 상담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아파트 계약을 한 이정희(38·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남편과 언니와 함께 달서구에 분양 중인 3개 단지의 모델하우스를 5, 6차례 찾아 분양상담을 했다"며 "건설사들이 분양가 인하와 함께 가전제품 무료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 분석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졌다. 계약 후나 몇 년 살다가 되팔 집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이상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잘 따져본 뒤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를 고를 때 ▷아파트 브랜드 ▷분양가 ▷교통환경 ▷단지의 규모 ▷ 생활편의시설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 각종 금융지원에 따른 이득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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