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대구, 귀한 광천수 지키며 마신다

입력 2010-10-11 08:04:36

에비앙 보다 수질 나아, 250만 시민 매일 5리터씩 마셔도 고갈 우려

매일신문이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과 벌이고 있는 동네우물되살리기는 고미네랄로 건강에 좋은 광천수(鑛泉水)를 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광천수란 칼슘(Ca) 마그네슘(Mg) 칼륨(K) 나트륨(Na) 등 미네랄이 녹아 있는 땅속에 있는 물이다. 미네랄워터와 같다. 물리적 화학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광천수에 대해 유럽에서는 내추럴미네랄워터, 곧 천연광천수(天然鑛泉水)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자연 그대로의 물이란 의미다.

대구 광천수는 땅속 깊은 곳에 있다. 그래서 지하수라고 통칭한다. 대구 광천수는 동네우물되살리기팀의 가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깨끗하다. 퇴적암층이 좋은 물의 비밀이다. 그러나 대구시민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땅속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관심이 적은 탓도 있다. 건강에 유익한 생명수(生命水)를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오·남용하거나 오염에 무관심하다. 생명의 물 광천수가 천대받고 있는 셈이다.

◆나쁜 이미지=비단 대구시민뿐 아니라 국민이 갖고 있는 지하수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오염방지시설을 갖추지 않고 수량 위주로 개발해 오·폐수가 섞이는 바람에 냄새 나는 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매년 벌어지는 국정감사에서 지하수에 뭇매가 가해진다.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영천)은 최근 국가지하수관측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낙동강 주변 지하수 13군데에서 염소, 비소 등의 농도가 수질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경주 양북, 군위 의흥, 포항 연일, 대구 서구 비산동 지역을 꼽았다.

환경부도 전국 지하수 4천847군데를 대상으로 20개 항목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6.1%인 296군데가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단, 도시 주거지, 분뇨처리장 인근, 농업용수 사용 지역 등 오염우려지역에서는 유독성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고 했다.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지하수 관정도 어김없이 도마에 올랐다. 지하수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은 전국 3만9천951개 방치공 가운데 원상복구를 하지 않은 공이 18.0%인 7천177공이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부 지하수 속에 세균은 물론 발암 물질까지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국민들은 지하수 전체에 대한 불신을 쌓아간다. 그러나 지하수가 원래부터 이처럼 오염됐던 것은 아니다. 지표의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간 결과다.

◆낮은 관심도=우리나라는 물, 특히 지하수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관심이 적다. 국민들의 관심이 적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도 한동안 물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먹는 물에 대한 수질 관리 및 위생 관리 사항을 정한 먹는물관리법이 1995년에 정비됐다. 지하수법은 그보다 2년 늦은 1997년에 현실에 맞춰 전면 개정됐다.

건설교통부는 2002년에야 지하수에 관한 국가의 최상위 계획인 '지하수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첫 계획이다. 대구시는 더 늦은 2006년에야 지하수관리계획을 짰다. ▷지하수 부존 특성 및 개발 가능량 ▷지하수 개발·이용 현황 ▷지하수 수량 관리 및 이용 계획 ▷지하수 보전 및 관리 계획 ▷지하수 수질관리 계획 등을 2016년까지 체계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관심이 적다 보니 투자도 미흡했다. 우리나라 지하수의 양과 질을 측정하는 관측공은 현재 2천21개(정부 781개, 지자체 1천240개)로 지하수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부는 지하수 수질보전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가 부족하고, 자료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현재의 지하수 관련 자료는 전수조사 등을 통한 객관적 자료가 되기에 미흡하다는 것. 그래서 지하수 수질 전용 측정 관정을 2030년까지 3천469개를 더 확충할 계획이다.

◆지하수 이용 11%=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지하수관측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6년 한 해 동안 130만 개 관정에서 37.5억㎥의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수자원 총이용량 337억㎥의 11%에 해당하는 양이다. 용도별로는 생활용수가 49%(18.2억㎥), 농업용수가 45%(17억㎥) 등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하 수위는 계속 하강하고 있다. 320개 국가지하수관측소를 통해 조사한 결과 2006년 평균 7.3m, 2007년 7.36m, 2008년 7.4m로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2004년 지하 수위가 평균 5.88m라고 건교부가 발표했으나 국가지하수관측망이 2006년 완료돼 이 이전은 자료의 신빙성이 낮다.

대구에는 200여 개의 지하수 관측 관정이 있다. 국가지하수관측소 4개소, 대구시 지하수 관측정 136개 등을 포함한 수치다. 이 관측망을 통한 지하 수위 조사와 30년간 평균강우량, 지하수 함양률 등을 토대로 산출한 지하수 함양량은 연간 1억5천만㎥. 이 중 개발가능량은 1억㎥ 정도로 추계된다.

현재 지하수 이용량은 신고된 5천여 개의 관정을 통해 연간 3천만㎥를 사용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관정까지 포함할 경우 지하수 이용량은 상당폭 늘어난다. 생활용이 2천300만㎥로 75.7%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공업용(18%), 농업용(9.7%) 등이다.

◆건강한 물 광천수=대구 지하수의 70%가 암반층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지하수에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퇴적암층이 32%다. 대구 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비앙 생수보다 더 우수한 이유다.

대구시민 250만 명이 하루 5ℓ의 광천수를 마시고, 밥하는 데 사용한다고 보면 먹는물로 연간 500만㎥면 충분하다. 현재 지하수 사용량을 17% 더 늘리는 셈이다. 대구의 지하수 개발 가능량은 연간 1억㎥이므로 지하수 사용량은 개발가능량의 3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동네우물을 개발해 모든 시민이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를 마시고, 음식을 조리해 먹어도 지하수 고갈이나 그에 따른 지반 침하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이처럼 귀중한 광천수를 아끼는 노력은 필요하다. 특히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으려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지하수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바로 대구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에겐 대구의 지하수가 어느 곳, 어느 깊이까지 얼마나 오염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다.

글·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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