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업지도' 빠르게 바뀐다…배추 무 재배지 작년비 10%↓
기후 변화가 서민의 식탁과 농업 지도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최근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가격이 급등한 것도 기후 변화 때문이다. 여름철 폭염과 잦은 강우 등 이상기온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 고랭지 배추 생육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올해 경북지역 배추 재배면적은 1천867ha로 지난해(2천85ha)에 비해 10.4% 감소했고, 무 재배면적도 같은 기간 11.0% 줄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서민의 식탁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재배품종, 재배지역·시기, 재배유형 등 생산 양태를 바꾸고 있다.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경북에서는 키위와 무화과, 석류 등 아열대 작물이 유망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열대 작물 뜬다
따뜻한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아열대성 과일 무화과가 영천에서 한창 출하되고 있다. 영천시 금호읍 남성리의 3천500여㎡ 농장에서 무화과를 재배하는 윤영배(45) 씨는 요즘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다는 '신비의 과일'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윤 씨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기존의 시설포도를 폐원한 뒤 지난해 봄 처음으로 무화과나무를 심었다. 맑은 날이 많고 비가 적은 영천지역에 무화과를 심을 경우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올해 봄 500여 그루의 뿌리에서 모두 새순이 힘차게 뻗어나왔다. 영천에서 무화과 시험재배에 성공한 것이다.
가지마다 20~25개의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자줏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윤 씨는 올해 1그루에 무화과 5㎏을 수확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1그루에 10㎏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당도가 높은 무화과를 1㎏에 1만원씩 받고 대구, 영천 등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윤 씨는 "기온 상승으로 사과, 복숭아 등 기존 과일은 수확량이 줄었지만 무화과의 경우 올여름 폭염에도 잎이 더 잘 자라 생산량이 늘었다"며 "아열대성 과일인 무화과가 지구 온난화 시대 농촌의 고소득 작목으로 각광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흥해읍 덕실마을에 살고 있는 이덕형(62)·성형(60) 씨 형제는 키위와 석류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영농 책자를 통해 키위 농사가 유망 업종이라는 것을 알고 지난 1982년부터 키위 영농을 시작했다. 성형 씨는 "과거에는 날씨가 추우면 얼어 죽는 키위 나무가 속출해 큰 피해를 봤지만 이제는 이상기후 영향으로 가을과 겨울철에도 따뜻한 날씨가 지속돼 그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키위는 포항청과물공판장에 위탁해 판매하고 있으며 인터넷 판매를 통한 소비자와 직거래도 준비하고 있다. 성형 씨는 "이상기후 덕택에 키위 생산으로 연간 1천만원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다"면서 "영농 초기에는 대중화가 되지 않아 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소비층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석류도 키위처럼 아열대 과일이기 때문에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면 석류 농사도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는 생소한 품목이라며 코웃음을 쳤지만 전문 기관의 재배기술 지원 없이 오로지 독학으로 영농기술을 익혀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아열대 작물 고소득 작목으로
이달 7일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아열대 작물 시험포장. 경북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키위와 무화과, 석류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농업기술원 과수팀은 지난 2008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 과종인 구아바와 한라봉, 키위, 무화과, 석류, 보리수 등 6개 과종을 시험재배했다. 과수팀에 따르면 키위와 무화과, 석류는 노지재배를 해도 생육에 지장이 없어 경북 동해안 남부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구아바와 한라봉은 동사돼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예경영연구과 배수곤 과수담당은 "키위와 무화과, 석류에 대한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경제성을 분석해 새 소득작목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원은 상주와 경주, 영덕에 아열대 과종 시험포를 설치해 시험하고 있으며,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망고와 아보카도, 비파, 올리브, 유자, 온주밀감 등을 추가로 심어 재배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처럼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 주산지인 경산의 경우 1990년 재배면적이 658ha에서 2007년에는 48ha로 급감했다. 사과 주산지도 경북 남부에서 북부, 강원도로 점차 북상하고 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한윤열 원예경영연구과장은 "경북 남부 동해안인 경주, 포항, 영덕지역에서 키위와 무화과, 석류 등 아열대 작물이 경쟁력이 있는 소득 작목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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