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넘봐" 대구 커피시장, 지역기업이 지킨다

입력 2010-10-04 10:11:26

대구 동성로는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각축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 업체가 골목마다 가득하다. 대구는 다른 대도시와 달리, 토종업체들이 안방시장을 지키고 있다. 사진은 동성로 슬립리스 인 시애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동성로는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각축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 업체가 골목마다 가득하다. 대구는 다른 대도시와 달리, 토종업체들이 안방시장을 지키고 있다. 사진은 동성로 슬립리스 인 시애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의 번화가로 손꼽히는 동성로에서 가장 흔한 상점이 뭘까? 바로 카페, 커피전문점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모퉁이마다 대형 커피전문점이 자리 잡고 있고, 한집 건너 한집이라고 할 정도로 빼곡히 카페가 성업 중이다. 가히 '커피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다. 일각에서는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를 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커피시장은 우리나라 여느 대도시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다는 스타벅스조차도 맥을 추지 못하는 곳이 바로 대구다.

◆대구는 지역 브랜드가 대세

가을은 바야흐로 커피의 계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커피 마니아들은 커피의 깊은 향과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100여년 전만 해도 '양탕'이라고 불렸던 검은 음료. 하지만 어느새 한국인 입맛을 점령해버렸다. 도심지와 대학가 등 번화가라면 어느 곳이든 커피전문점이 들어차있다. 몇년 전만해도 '된장녀' 논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지만 이제는 하루 3잔, 끼니보다도 더 습관적으로 챙겨마시는 커피는 매일의 일과가 돼 버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흔히 떠올리는 커피 브랜드는 바로 '스타벅스'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브랜드 커피 업계에 있어서 절대 강자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런 '스타벅스'가 통하지 않는 도시도 있다. 바로 대구. 전국적으로 커피전문점의 성장세가 대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대구만은 유독 지역 브랜드가 강세를 드러내고 있다.

브랜드 커피 체인점 숫자만을 따졌을 때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스타벅스'(342개점·24%), '앤제리너스'(314개점·22%), '카페베네'(308개점·22%), '할리스'(240개점·17%), '커피빈'(209개점·15%) 등의 순이다.

하지만 대구에서만은 이 순위가 뒤집히고 만다. 지역의 양대 커피기업으로 손꼽히는 '슬립리스 인 시애틀'이 80개로 가장 많은 매장수를 자랑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다빈치'가 62개의 매장을 확보하면서 1·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업체인 '핸즈커피'가 28개점으로 3위, '앤제리너스'가 24개점으로 4위, 지역업체인 '바리스타B'가 13개점으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점포수 상위 5대 기업에 대기업 브랜드는 앤제리너스 하나만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이렇게 대구에서 브랜드 커피가 강하게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하면서도 맛좋은 커피에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슬립리스 인 시애틀 이상혁 대표는 "합리적 가격으로 동네 구석구석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까지 기반을 닦은 것이 대형 브랜드의 공격을 극복하고 지역 시장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고 밝혔다.

◆우후죽순 커피전문점, 제2차전

국제자원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1975년 0.1㎏에서 2007년 1.8㎏으로 18배 증가했다. 커피전문점시장은 매년 15~20%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1조원. 전국적으로 올 들어 400개 점포가 늘어나면서 총 가맹점 수 2천 개를 넘어섰다. 대형 브랜드 커피 상위 5개사의 지난해 매출액만도 5천6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2.7% 증가했다.

대구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커피소비인구 6만여 명, 매장수가 5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인구대비 커피 인구와 커피전문점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이 대구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미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상혁 대표는 "아직 국내 커피 시장은 무한팽창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가장 큰 근거로는 아직 원두 시장이 전체 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가 원두로 대체될 여지가 있는 한 아직은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커피전문점의 대형화도 시장 성장 잠재력을 보증하는 한 가지 요인으로 손꼽힌다. 최근 커피전문점의 추세는 매장 대형화. 과거에는 골목마다 작은 커피전문점들이 넘쳐났지만 요즘은 큼지막한 매장 평수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겸하게 된 것. 지역 대표 브랜드인 슬립리스 인 시애틀과 다빈치도 얼마 전부터 매장 대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 커피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토론을 하는 '문화의 장'으로 역할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의 커피 문화도 그런 변화 중에 있다고 보고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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