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음악 취하면 지하철 소음보다 피해 더 크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7%가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MP3, 휴대전화, 진공청소기, 자동차, 비행기, 각종 전자음 등 일상생활에서 소음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면서 20대 젊은 층의 난청도 증가세다.
◆소음성 난청, 젊은층에서 증가세
'소음성 난청'은 소음에 의해 내이 또는 청각신경에 손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과거엔 작업 중 환경소음에 보호장치없이 노출돼 발생하는 직업성 소음성 난청이 많았지만 최근 이어폰 과다사용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이 늘고 있다. 아울러 군복무 중 사격음에 노출돼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젊은층에서 소음성 난청이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은 오랜 유병기간을 갖게 되고,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 시기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3년 2천858명, 2005년 3천617명, 2007년 4천741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07년 소음성 난청환자 중 10~30대 비율이 45.8%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60대 이상 노인 환자(11.2%)의 4배를 넘는 것. 또 2007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3년간 난청, 이명 등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은 환자 4천281명을 대상으로 난청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약 7.1%인 305명이 소음 탓에 난청, 이명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폰 소음, 지하철보다 심각
귀는 외이도(귓구멍)와 고막, 중이강, 달팽이관 및 청각 신경 등으로 이뤄진다. '듣는다'는 것은 외부 소리가 귓구멍을 통해 들어와서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중이강 내의 이소골(귀의 작은 뼈)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달되고, 달팽이관이 진동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이 때 고막을 통해 들어온 에너지의 대부분은 달팽이관으로 전해지지만 일부는 반사돼 다시 외부로 빠져 나간다.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이처럼 반사되는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증폭이 돼 더 큰 소리가 달팽이관에 전달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어폰을 주로 지하철, 버스, 야외 등의 소음환경에서 사용하므로 자신도 모르게 볼륨을 높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105㏈ 이상에서는 하루에 1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난청이 발생한다. 실제로 지하철 내부나 플랫폼의 소음강도를 측정해보면 대개 85~95㏈의 소음강도가 측정된다. 이런 환경에서 이어폰으로 잘 들릴 정도의 볼륨으로 맞추고 소리 강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한 결과, 이어폰 소리크기는 무려 105㏈에 이르렀다.
다른 국내 연구에 따르면 MP3 등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10대 청소년 490명 중 하루에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이 무려 60.8%에 달했다. 이들 중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이 14.1%에 이르렀다. 일년 이상 음향기기를 사용한 청소년의 비율은 72.3%, 3년 이상 사용한 비율은 23.9%였다. 음향기기를 오랜 시간 사용할수록 청력이 나빴고, 특히 5년 이상 장기간 사용한 경우엔 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청소년기의 이어폰 과다 사용은 성인이 된 뒤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음성난청은 예방이 우선
소리는 높낮이가 있고, 높낮이는 주파수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의 대화영역은 0.1㎑에서 3.0㎑ 사이. 소음성 난청은 보통 대화영역이 아닌 4㎑ 근처의 고주파수 영역에서 시작돼 점차 진행되면서 주변 주파수로 파급된다. 처음에는 자각 증상이 없지만 차츰 대화영역인 3㎑ 또는 2㎑로 청력손실이 파급되면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수일 간 지속되는 이명(귀울림)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소음성 난청은 아직까지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질환 중의 하나로 꼽힌다. 치료법에 대해서도 약간의 논란이 있다.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어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는 습관을 바꾸고 사격을 할 때나 시끄러운 작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일단 발생하면 주기적인 청력 검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안정과 함께 시끄러운 환경에서 벗어나야 하며, 가급적 소음 노출 후에는 충분한 시간 동안 소음을 피해야 한다. 심한 난청시에는 보청기의 사용과 훈련이 필요하며, 소음성 난청에 대한 상담과 교육도 필요하다. 아직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 예방약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타민E, 셀리니움, 살리실산염(salicylate) 등 항산화제를 비롯해 생선, 시금치, 아몬드, 새우, 바나나 등의 마그네슘 함유 음식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음성 난청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1. '스, 츠'와 같은 고음의 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이 있다.
2. 여자나 아이가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3.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4.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과 한 번에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5. 전화로 통화하는 것이 어렵다.
6.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7. 다른 사람과 말할 때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8.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말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자주 있다.
9. TV 소리가 너무 크다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평한 적이 있다.
10. 말을 잘못 이해하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한 적이 많다.
11. 귀에서 지속적으로 이명 현상이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대한이과학회,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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