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놓은 대구도심 교통대란] <상>내년되면 설상가상
"지금도 퇴근길 약전골목에서 명덕네거리로 가려면 40여 분이 걸리는데 내년 입점할 현대백화점을 생각하면 숨이 탁 막힙니다."
대구 도심의 교통난이 악화일로다. 직·좌(직진 후 좌회전) 신호체계 변경 후 중구 일대가 상습 정체구역으로 변한데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주변도로와 이면도로의 차량 막힘으로 운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내년 8월 현대백화점이 문을 열 경우 교통유발량이 커 도심차량 혼잡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리라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데도 대구시와 현대백화점 등은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과 교통전문가들은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대백화점의 개점을 늦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심 교통대란 초읽기=내년 8월 개점 예정인 현대백화점은 도심 차량 흐름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 하루(14시간 기준) 평균 백화점에 드나드는 차량이 1만4천여 대에 이르고 가장 혼잡한 퇴근시간(18~19시)대에만 1천700여 대가 출입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주차면 증대 욕심과 맞물려 도심 교통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구시 주차장 설치에 관한 조례(제15조 2항)는 '도시계획선 1차순환선내 부설주차장의 설치 제한 기준으로 법정 산정대수의 80%를 최고한도로, 60%를 최저한도로 한다'고 규정, 현대백화점이 주차면수를 줄일 여지를 남겼지만 현대백화점은 법정 한도율 90~100%를 고집했다. 현대백화점 주차면수는 판매시설 부문은 법정최고한도인 90.6%(600대)를 했고 관람집회 시설의 경우 100%(32대)를 다 채웠다.(표)
주차장 설계 역시 도심 교통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백화점 주차장 내 통로 폭을 8m로 해 겹치기 주차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현대백화점 교통영향평가에 참여한 A교수는 "중구의 교통난을 우려해 주차 면수를 60%로 낮추라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대백화점이 주차장 통로 너비를 8m로 한 것 역시 겹치기 주차로 더 많은 차량을 들일 수 있기 위한 편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백화점이 도심 교통난은 아랑곳없이 주차장 욕심을 너무 부렸다. 달구벌대로 등 도심 교통량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도 나 몰라라=대구 도심의 교통난이 심각하지만 시는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현대백화점 주변 셋백 구간(교통 지·정체 완화 구간) 설치 등 도심 교통 완화책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 현재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부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미소시티 아파트와 백화점 사이의 도시정비구간에 셋백 설치에 대해 발을 빼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현대백화점의 셋백 구간은 이미 설치했다"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고려 사항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만약 이 구간에 셋백이 설치되지 않는다면 달구벌대로 진행차량과 백화점에서 빠져나오는 차량이 뒤엉켜 도심 교통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 문제에 대해 현대 측과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 당초 설계상 현대백화점 출구가 약전골목으로 나 있는 것을 이 일대 교통 혼잡을 우려, 달구벌대로로 방향을 틀게 한 것도 시가 아닌 대구 중구청이다. 대구시는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셋백 구간에 대해 조만간 현대백화점에 공문을 보내고 공식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개통한 지 10개월이나 지난 대중교통전용지구 주변 도로에 대한 소통대책에도 미온적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소통대책과 지구 활성화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용역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진척이 전혀 없다.
김기혁 계명대학교 교수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이면도로 소통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 현대백화점이 입점하면 중구 일대가 교통지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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