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시장 활성화, 새로운 시도 필요하다

입력 2010-09-29 07:13:31

우리 정부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데 2002년부터 지금까지 2조원 이상 투입했다. 지역경제 및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전통시장의 현실을 인식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 내용을 보면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마련, 상인 교육, 마케팅 활동지원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적 유통 업태를 따라 하는 방식들'이다. 아마 새로운 유통 업태들로 인해 전통시장이 어렵게 되었고 소비자 또한 그들의 쇼핑환경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전통시장의 열악한 시설은 소비자의 시장 방문 자체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 현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시설이 조금 나아진다 한들 과거처럼 소비자들이 시장을 많이 찾게 될지는 의문이다. 전통시장이 대형 유통업자들의 자본력과 경영 노하우,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쇼핑 편의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컨대 전통성과 차별성이 없는, 그리고 신유통 업태를 따라하는 활성화 방식은 '잘해야 2등에 그친다'는 점에서 문제라 하겠다.

그리고 지금의 전통시장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특별히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전통시장의 경쟁우위 요소라 할 수 있는 저가격, 상품 다양성 등의 이성적 가치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그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거지와의 인접성 또한 신시가지(신생 아파트단지)의 형성으로 인해 (신생 아파트)주민과 시장 간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시장 고객들이 편의점이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옮겨가고 있어 또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다른 유통업태가 따라하지 못하거나 전통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어떻든 전통시장 활성화는 다른 유통 업태와 차별화 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없는, 지금과 같은 활성화 방안으로는 그 효과가 없거나 적다고 본다.

전통시장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시장 반경 1㎞ 이내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이므로 지역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좋은 공간적인 구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 시장(장날)은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소이자, 서로 정을 나누면서 정보를 얻는 곳이었다. 지금의 전통시장에서도 그 역할을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시장을 지역민들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시장을 휴식과 교류의 장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차원의 시장 활성화 방식이라 하겠다.

더 나아가 우리 전통시장에 서양의 '광장'개념을 접목시키는 것도 좋은 시장 활성화 방안이라 본다. 광장은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매력적인 장소인 동시에 휴식과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 있는 공간이다. 이처럼 시장이 지역민들에게 커뮤니티의 공간을 제공하고 축제, 공연 등의 문화적인 볼거리로 넘치며 지역 상인과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시장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용객들에게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무튼 전통시장이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또 하나의 시도라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 문화적'감성적 접근에 의한 새로운 시장 활성화 전략만이 전통시장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전통시장이 지역민과 함께 소통하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공간이 되어 보다 활기찬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장흥섭(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지역시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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