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야구 토크] 팬 성원 보답하는 가을 잔치

입력 2010-09-28 09:46:14

올 시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대장정을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상위 4팀이 '왕중왕'을 가리는 포스트시즌뿐이다. 8개 구단은 가을잔치에 초대받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그라운드를 지켰다. 필자도 삼성 라이온즈가 치른 133경기를 쫓아다니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라디오로 전했다. 이쯤이면 선수도, 현장 소식을 전한 필자도 잔뜩 지친 상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게 남았다. 한 해 농사의 마무리로,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가리는 일이다.

SK 와이번스는 당초 예상대로 정규리그 1위를 이뤄냈다. 전반기 독주체제는 후반기 들어 빈틈을 보였다. 연패가 잦아지고 선발진이 흔들리면서 전반적인 투수 운용에 애를 먹었다. 시즌 막판에는 2위 삼성에 쫓기며 추격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과 팀의 응집력이 되살아나면서 삼성을 뿌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SK는 화려함보다 많은 훈련에서 오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선두를 굳건히 지켜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1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와 세대교체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대약진했다. 5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무조건 승리한다는 공식이 '53경기'에서 깨졌지만 삼성은 '불펜 파워'로 승리를 챙기는 또 하나의 공식을 만들었다.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고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공수에서 한층 단단해진 짜임새를 선보였다. 주춧돌을 다졌기에 삼성의 저력은 올 시즌보다 내년, 그 다음해가 더욱 기대된다.

3위 두산 베어스는 한결같은 성적으로 강팀의 입지를 다졌다. 삼성 라이온즈에 2위 자리를 내줬지만 선두 SK를 저지할 강력한 상대였음을 보여줬다. 주전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팀 전력을 풀가동하지 못했지만 특유의 뚝심과 믿음의 야구를 펼쳤다. 4위 롯데 자이언츠는 만년 하위 팀의 티를 벗어나 당당하게 4강에 들었다. 타격 7개 부문을 싹쓸이한 이대호와 타격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홍성흔 등 공격라인은 최강이다. 그러나 강팀으로 인정받기엔 수비불안과 투수력 보완이 시급한 과제다.

비록 가을 잔치에 초대되지 못했지만 5~8위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도 나름 열심히 달려왔다. 디펜딩 챔피언 KIA의 몰락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KIA는 지난해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전력보강에 실패했고 구톰슨, 장성호, 이재주 등이 떠나면서 선수층은 얇아졌다. 우승 주역들의 부상과 슬럼프까지 겹치며 16연패의 악몽에 빠졌다. 감독이 바뀐 한화와 LG는 매서운 맛을 보여주지 못했고, 넥센은 잇단 트레이드 등에 따른 선수 부족을 이겨내지 못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구단의 투자와 관심이 동반돼야함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또 올 시즌에는 많은 일들이 프로야구계를 휩쓸었다. 신기록 제조기 양준혁 등 노장들이 퇴진했고 신진 감독들이 등장했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선수와 심판 간의 갈등도 빚어졌다. 경기장에는 592만8천626명의 관중들이 찾았다. 이는 한 시즌 역대 최다 관중으로, 우리 국민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프로야구계가 보내는 최대 선물이다. 팬들이 가을 잔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선수들은 마지막 힘을 그라운드에 쏟아 부어야 한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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