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5박 6일간 대구여고 과학동아리 '징검다리' 회원 16명과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다. 지난해 대한민국과학축전에서 인연을 맺게 된 일본 간사이 과학 포럼(Kansai Science Forum)에서 일하는 분의 요청으로 오사카 과학축전에 참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2월부터 신중하게 추진해 왔던 터라, 들떠 있는 학생들과는 달리 긴장의 연속이었다. 8월 21일과 22일 오사카 우메다 허비스 홀(Umeda Herbis Hall)에서 축전이 열렸는데, 우리 동아리는 '손으로 만드는 홀로그램(Hand made holograms)'이라는 주제로 참가했다. 손으로 만드는 홀로그램은 단단한 폴리카보네이트 판에 디바이더를 사용해 원하는 그림의 정보를 심어놓고, 특별한 방향과 각도에서 비추는 빛을 통해 정보를 확인해 보는 과학 체험 프로그램이다. 2009년에 대한민국과학축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지만, 오사카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인기와 지지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축전에 관람객들이 체험에 임하는 태도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부모님의 교육열이 지나쳐 아이의 의사가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 보니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아이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반면 일본인들은 항상 밝고 즐겁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체험하는 과정에서도, 체험을 끝낸 후에도 아이와 엄마는 싱글벙글 즐기는 표정이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야 우리나라 부모님과 다를 바가 있을까마는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히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축전 내내 열여섯 명의 징검다리 회원들도 즐거웠다. 표창장도 받았다. 오사카과학축전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한국인이 받은 상이라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축전에 참가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와세다 세츄료고등학교 학생들과 과학교류행사를 했다. '체류 비용을 줄이면서도 일본학생들과 교류를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3개월 전부터 그곳 선생님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터였다. 우리 일행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세츄료고등학교에서는 '간단한 전동기 만들기', '과학마술' 등을 시연해 주었고, 우리 팀에서는 빛을 이용한 몇 가지 실험들을 보여주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으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과학적 매너로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예순의 나이에도 과학교육을 위해 힘과 열정을 쏟고 있는 선생님들과의 교류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늦게나마 본보기를 찾아 큰 행운을 얻은 기분이다.
외국 행사에 참가해 본 것이 처음이라 너무 긴장했던 탓에 아직도 여독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교육을 일부 특별한 사람들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과학이 대중화되어 국민 모두의 과학적 소양이 높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교사 중심의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참여하는 아이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한 것 같다. 교사의 땀이 서린 각종 확인서가 단지 입시를 위한 스펙의 한 조각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용순(대구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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