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위터] TK의 침몰과 TK의 침묵

입력 2010-09-25 07:43:11

이명박 정부에 들어 세칭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대구경북(TK) 인사 발탁 배제' 발언을 두고 지역 정치권이 온통 야단법석이다. 이 사태는 이달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석상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TK 인사 편중을 지적하자, 이 장관이 "가급적 TK 인사는 드러나는 주요 공직에 앉히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소개하고, 그 자신도 여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즉각적으로 지역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 "지난 십수 년간 인사상 불이익에다 푸대접까지 받아온 TK 인사들을 옹호하기는커녕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이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양측이 합세라도 한 듯 수습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탕평책(蕩平策) 요구에 간단한 동의 의사를 밝혔을 뿐이라고 이 장관 측이 해명하고, 이것에 대해서 민주당 측도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 즉 TK 지역의 정서다. 들끓는 지역 정치권의 반응과는 너무나 다르게 그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지역민의 침묵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17년째 꼴찌인데도, 벌써 반환점을 돌아버린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렇다 할 희망의 조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지역민의 관심은 누가 장관이 되고, 누가 당대표가 되는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역 경제가 끝없이 침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 지역민들의 보수성과 배타성 때문이라는 권고에 따라 자학(自虐)에 가깝도록 반성도 했고, 지역을 대표할 인물의 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지역TK 서울TK를 불문하고 단일 정당에 몰표를 찍어서 지역 패권(覇權) 정당까지 만들어줬다. 이젠 반성이 과도해서 지역의 정체성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고, 몰표의 폐해는 긴장감의 증발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더 자학하고, 얼마나 더 많은 표를 몰아줘야 하는가? 진실로 필요한 것은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포함한 지역 현안을 목전에 두고 '정치권의 행동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스스로 지역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국민의 대표도 좋지만, 애초의 약속처럼 진실로 지역의 대표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무릇 정치인은 자신의 지역 문제를 제외한 영역에서만 국민의 대표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대의정치의 핵심을 정확하게 독해할 것을 권고한다.

윤순갑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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