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물어보나마나 '폭염의 도시'가 1등일 것이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대구를 '닫힌 도시'라고도 부를 것이다. 어제 오늘 들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뿐이다. 대구는 더 이상 주목받는 도시가 아니다. 무더위가 지나면 대구는 뉴스에서 사라진다. 오죽하면 대구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가끔 최고 더위 기록을 다른 도시에서 가져가면 언짢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일까?
3위 도시, 경상도의 중심도시라는 대구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매력도 그리 없고 자랑거리도 별로 없는 도시라고 한다. 대구에 사는 사람들도, 대구 밖의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요즘 '공연중심도시'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는 헛구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현 불가능한 희망사항만 늘어놓은 게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대구에서는 뮤지컬축제, 오페라축제가 봄, 가을로 열리고 연중으로 크고 작은 공연이 이어진다. 공연장 시설도 지방도시 가운데서는 최고다. 인력 배출도 많고 기반도 탄탄하니까 대구시의 설명이 그리 틀리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희소식 한 가지가 들린다. 올 겨울 방영을 예정으로 '더 뮤지컬'이라는 TV드라마가 촬영 중이다. 대구 서문시장 포목점 손녀가 뮤지컬 배우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린 20부작 미니시리즈다. '고맙게도' 대구가 주요 배경이다.
돈을 들여서라도, 로비를 해서라도 유치하면 좋을 드라마가 '알아서' 대구를 찾았으니 고마울 뿐이라는 말이다. 대구가 배경으로 선정된 데는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이 작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구도 공전의 히트를 친 다른 드라마의 배경 도시처럼 대박을 낼 기회를 잡은 것일까? 정답은 대구시와 대구사람들이 '하기 나름'일 것이다.
지금까지 대박 드라마가 보여준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돈을 들여서 일부러 홍보를 한다고 했다면 도대체 얼마나 들까? 수억원, 수십억원. 도무지 계산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사례1='겨울연가'의 배경, '남이섬'은 드라마 한 편으로 동아시아권의 유명 관광지가 됐다. 남이섬으로 가는 배를 타면 한국사람보다 일본사람과 중국사람이 더 많다.
▷사례2=마카오의 베네시안 리조트. '꽃보다 남자' 주인공(구혜선과 김현중)의 데이트 장소로 소개되고는 대박이 났다. 여행사에서 이곳 이름을 딴 관광상품을 내놓았다.
▷사례3=일본 아키타현은 인천을 오가는 항공편이 승객이 없어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가 '아이리스'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며 제작진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드라마 '더 뮤지컬'도 남이섬 이상의 대박이 나면 좋겠다. 그런데 제발로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는 대구시의 자세가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 대구가, 대구 사람들이, 대구의 뮤지컬이 TV 드라마를 통해 더 잘 나오도록 '용'이라도 써야 할텐데 겉으로는 무심해 보인다. 이제는 더이상 '오면 오는구나', '가면 가는구나'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또 체면을 차리거나 특혜 시비를 우려할 필요도 없다. 시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보이는 열정의 절반 만이라도 좋을텐데.
그 결과로 드라마 '더 뮤지컬'이 겨울연가 이상의 대박이 나면 얼마나 좋을까? 뮤지컬도시라면 대구를 먼저 떠올리고, 공연중심도시 대구를 찾아오는 광경. 아직 멀리 있지만 상상만 해도 즐겁기만 하다.
이동관(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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