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4)한두레마당예술단 박정철단장

입력 2010-09-20 09:34:21

구미 사랑을 신명과 흥으로 풀어내는 천상 연희꾼

"우리 소리와 춤, 풍물 등 우리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에 알리는데 구미가 그 시발점이 됐습니다. 그렇다보니 구미를 더 생각하고 아끼게 된 것 같습니다."

김천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1990년 군 입대, 1993년 8월 군 제대와 함께 시작된 구미생활이 올해로 18년째인 박정철(38)씨는 한두레마당예술단 단장이다. 소리, 농악, 춤, 풍물 등 전통연희의 재주꾼이란 말이 어울릴 것 같은 그는 '공단도시 구미'를 '흥이 넘치는 전통연희의 무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해부터 (사)한국전통연희단체 총연합회 경북도지회장도 맡아 사무실을 구미에 두었다.

이를 위해 먼저 그는 구미의 전통연희 저변확대 활동에 신경을 쏟고 있다. 1994년부터 시작한 오상고에서 '무을풍물' 강습봉사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구미 12개 동네에서 풍물강습과 함께 구미지역 초·중·고교 자원봉사 강습도 했다. 물론 모교인 김천농고서도 8년간 풍물봉사를 펼쳤고, 김천 개령초·중학교 무료 풍물강습도 했다.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에게 배운 학생들은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금은 100명이 넘는 제자들이 전통연희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란다.

또 그는 구미에서 크고 작은 전통연희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북도 지원을 받아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연희공연을 펼치고 있다. 유명 전통 연희인들도 구미에 초청해 펼치는데 연희의 진수를 모두 모아서 오는 25~26일 이틀 동안 금오산 잔디광장에서 '한가위 민속문화축제'를 연다. 사물놀이로 유명한 김덕수씨, 영화 '서편제' 주인공 오정해씨, '왕의 남자'에서 줄타기의 묘미를 선보였던 권원태씨, 명창 안숙선 등 내로라하는 연희인들이 그의 요청으로 기꺼이 구미에 온다.

구미로 불러들이는 사람들은 이들 뿐이 아니다. 일본 정부 지원으로 지난 2006년부터 자신에게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는 일본인 학생과 교포자녀 제자 20여명도 해마다 여름·겨울 구미를 찾는다. 우리 전통 연희를 배우기 위해서다. 그는 일본 활동이 많을 때는 1년의 절반 정도 머무른다. 일본 활동인연은 2005년 한·일 젊은 문화단체 회원들과의 모임 참석과 그동안 쌓은 국내 활동의 업적 때문이었던 것 같단다.

학창시절 국악, 풍물, 전통무용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중학 때 한기식(작고)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만나 농악 공부를 하면서 우리 것에 심취했다. 또 지금은 여든넘은 나이로 활동을 중단했지만 동네 풍물놀이 행사 때마다 상쇠 역할을 하시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고 한다. 고교에서는 풍물부 악장을 맡았다. 고3년 때는 88서울올림픽 행사공연에 참여하는 행운도 누렸다. 군 생활 중에도 전국 농악대회 및 농악공연에 나갔다. 그러고 보면 전통연희는 그의 삶의 일부가 된 듯하다.

그가 구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3년 군 제대와 함께였다. 한 대기업체의 구미공장이 '한두레마당'이란 풍물모임을 만들기 위해 그를 책임자로 특채하면서다. 그의 구미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단다. 그는 한두레마당이 99년까지 운영 중단될 때까지 7년 동안 전국 규모의 크고 작은 각종 대회를 석권했다. 방송출연과 해외공연 초청 등이 잇따르면서 전국 최고의 풍물단이란 명성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사정으로 99년 한두레마당의 운영이 중단되자 그는 편안한 회사원 생활 대신 단원 10여명과 함께 독립, 오늘의 '한두레마당예술단'으로 새 출발했다. 처음엔 재정문제 등으로 눈물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구미에서의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활동영역도 공연지도, 연출로까지 넓혔다. 또 2000년부터는 대학에서 체계적인 전통연희 공부를 계속했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대학 강단에 서는 등 중견 연희인으로 자리를 굳혀갔다.

오는 10월 1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문화축제 폐막공연에서의 연출을 맡은 '구미사람' 박 단장의 활동이 '전방위화'되면 될수록 '구미사랑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을 알기에, 우리 것의 풍부한 잠재력이 있는 구미를 사랑하기에, 그는 몸 가득 담겨있는 신명과 흥을 풀어내는 것이다. 그는 진정 '구미사람'이자, 구미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구미 홍보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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