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경쟁 기회 박탈한 고려대, 강력히 제재해야

입력 2010-09-16 10:51:51

창원지법이 2009년 고려대의 수시 2-2 전형에서 떨어진 수험생 학부모 24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려대 측이 고교 간의 학력차를 반영해 학생을 뽑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당시 고려대는 특목고 학생을 위해 법이 금지하고 있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수도권의 유명 사립대가 은밀하게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신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특목고 열기가 식었다가 다시 특목고 진학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 이의 방증이다. 내신에서 불리해도 특목고에 진학하는 것이 대학 입시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자율을 앞세워 비공개의 자체 점수 산출 방식으로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는 이러한 행태는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국가 교육 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공평한 기회 균등이라는 민주주의 가치에도 어긋난다.

문제는 앞으로 수시 전형의 비중이 커져 대학의 이러한 횡포가 더욱 늘어날 것이지만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소송을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사회적 파장이 커 억울하게 탈락한 수험생을 구제할 수 없다. 고려대가 탈'위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나중에 문제가 돼도 정부가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노림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는 대학 입시 정책에서 수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수시 전형을 크게 늘리고 있다. 선발 방법 등은 대부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 사태를 보면 이는 오히려 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자율도 대학 입맛에 따라 학생을 뽑겠다는 것일 뿐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 의혹이 있는 대학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여 강력히 제재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또 부정 요소가 있는 전형에 대해서는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옳다. 자율을 부정으로 이용하는 대학에 자율을 줘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일시적인 파장이 두려워 이를 피한다면 '전 국민에 대한 기회 균등 제공'이라는 현 정부의 구호는 어떤 설득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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