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전담보육기관 이용 이렇게
'건강한 아이도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한다?'
'장애'라고 하면 대부분 중증 신체장애를 떠올린다. 하지만 장애의 범주 안에는 말이 늦는 언어 지연부터 과잉행동장애까지 다양하게 포함된다. 대구에는 17개의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이 있다. 이 가운데 비장애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곳도 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말이 조금 늦는 아이들도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을 활용하면 말을 배우는 데에 훨씬 유용하다.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
5살 민국이는 말이 늦다는 이유로 1년 전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인 선화어린이집으로 왔다. 엄마 이주영(37·대구 수성구 매호동) 씨는 "처음엔 말이 늦어도 크면 좋아지겠지 싶었는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에게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을 권유받았다"면서 "이곳에 다니면서 언어, 심리치료 등을 받으니 말뿐만 아니라 아이가 밝아진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제 민국이는 어른들에게 '말 잘한다'는 칭찬을 들을 정도가 됐다. 민국이는 내년에는 일반 어린이집으로 옮길 예정이다.
선화어린이집에는 45명 가운데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도 5명쯤 되지만 나머지는 언어 지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다.
가벼운 증상의 아이들에겐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이 잠깐 거쳐 가는 '간이역' 같은 곳이다. 집중 치료를 받고 증상이 좋아지면 일반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것. 선화어린이집 문용우 원장은 "발달 지연의 경우 조기에 전문적인 지원을 해주면 아이들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는데 그 시기를 놓쳐버리면 그 후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에서 다문화가정 서비스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가족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어휘량이 제한돼 있어 또래 아이들보다 사용하는 어휘가 적다. 그래서 언어치료사들이 함께 언어 교육을 한다.
◆이럴 땐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로
언어능력은 만 20개월에서 36개월 사이에 급속히 발달한다. 옹알이 이후 '엄마' '아빠' 같은 단어를 말해야 하는데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을 때, 또는 엄마와 눈을 3초 이상 마주치지 못할 때 자폐증후군 초기로 볼 수 있다. 18개월이 지나도 짧은 단어를 말하지 못하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잠시도 같은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을 정도로 산만하거나 하루종일 같은 장난감에만 집착하는 것도 잘 관찰해봐야 한다. ADHD의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30개월 정도면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증상들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유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선화어린이집 이봉은 심리치료사는 "처음엔 혼자만 놀며 자기 세계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선생님 별명을 지어주고 상호관계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은 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면 들어올 수 있다. 진단서는 아동청소년과, 내과, 정신과, 치과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은 국비와 시비, 구비에서 지원되므로 보육료 부담이 없다. 전문가들은 '장애등급의 유효기간' 제도로 2~10년 정도 유효기간을 두고 장애가 사라지면 기록을 삭제하기 때문에 사회적 불이익도 없다고 강조한다.
◆장애·비장애 어린이 통합교육을
그런가 하면 한사랑어린이집은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지만 비장애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의 어린이집이다.
한사랑어린이집은 장애아동 27명, 비장애아동 17명이 다니는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유형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아이들의 눈에는 '장애'와 '비장애'는 없다. 그저 친구만이 있을 뿐이다.
프레더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성(가명·6)이는 혼자 점심 식사를 한 시간째 즐기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이를 신경 쓰거나 놀리지 않는다. 프레더윌리 증후군이란 대뇌 시상하부의 결함으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병으로,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되지만 주성이는 놀다 보면 어느 새 먹는 것도 잊게 된다.
5살 지수(가명)는 유난히 색연필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지만 그 누구도 지수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색연필을 좋아하는 친구'일 뿐이다.
한사랑어린이집의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이 알려지면서 비장애 아이의 경우 2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유명하다. 영어유치원도, 공립어린이집도 아닌데 이 정도로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문주 원장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주고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어울려 키우는 문화가 부모들에게 좋은 인식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편견을 갖는 건 오히려 어른들이다. '비장애 아이들 사이에서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가 혹시 치이지는 않을까' '교육 프로그램이 장애아동 위주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다. 교사 이혜숙(27) 씨는 이런 시선이 오히려 안타깝다. "같이 교육한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손해 보는 게 절대 아니에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자라죠."
6년차 교사 유은경(29) 씨도 "아이들은 장애라는 말을 모른다. 그래서 치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개성을 가진 친구로만 여길 뿐"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장애아동반을 따로 만드는 어린이집도 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로 제대로 된 통합 교육이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한사랑어린이집은 진정한 통합교육은 장애·비장애 아이 모두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