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시 대구' 희망을 연주했다

입력 2010-09-10 07:43:15

대구문예회관 팔공홀 앞에서 열린 대구음악제의 옥외 공연
대구문예회관 팔공홀 앞에서 열린 대구음악제의 옥외 공연
재즈페스티벌 마지막날 재즈보컬리스트 박라온의 공연
재즈페스티벌 마지막날 재즈보컬리스트 박라온의 공연

지난주 대구에서는 두 가지 큰 음악 축제가 열렸다. 1일부터 5일까지 제29회 대구음악제가 열렸고 2일부터 5일까지 대구국제재즈페스티벌이 벌어졌다. 두 행사 모두 보완점이 지적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성공작이라는 평가다.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할 정도였다.

▷알찬 변화 이룬 대구음악제=대구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제29회 대구음악제는 '늦은 감이 있지만' 거장 박태준과 현제명 선생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3일 열렸던 대구음악발전포럼 주최 '한국 서양음악의 선구자 박태준, 현제명 박사의 음악사적 업적'이라는 세미나는 대구음악제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주제발표에 나선 민경찬 한국종합예술학교 음악원 교수는 "박태준, 현제명 두 분이 없었다면 한국 근대 음악의 발전이 수십 년은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음악협회는 내년부터 대구음악제를 가칭 '박태준·현제명 음악제'로 개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올가을 동성로에서 자료전시회를 열고 동산병원 의료박물관 인근의 '청라언덕'에서 가곡의 밤 행사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음악제 명칭 변경 작업에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행사 내부적으로는 적은 예산에도 대작 공연은 물론 프린지 공연을 포함해 알차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1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참여시키는 성과도 거두었다. 백혜선 피아노 연주회는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성악콩쿠르, 합창단의 밤, 차세대 음악인을 위한 행사도 이어졌다. 또 6인의 작곡가와 6인의 성악가가 참여한 가곡의 밤에서는 대구를 주제로 작곡된 곡과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이 이어져 공연중심도시 대구의 체면을 살렸다. 그러나 순수 음악 축제라는 성격 때문인지 음악 전공자들에 치중된 행사였다는 평가도 없지는 않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문턱을 좀 더 낮추어야 한다는 점은 매번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빠르게 발전하는 대구국제재즈페스티벌=같은 기간 열리는 일본 도쿄재즈축제의 초대장을 받고 고민을 했지만 3회째를 맞은 대구국제재즈축제를 봤다. 역시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축제였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국내외의 정상급 음악인들이 보여 준 무대는 어떤 재즈페스티벌에 못지않았고 관객들의 수준도 놀랄 정도였다. 외국 출연진들 역시 3회째를 맞는 재즈 축제의 성과에 놀라고 부러워했다. 세계적인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유럽 투어를 앞두고 "자신이 반드시 서야 할 또 하나의 무대가 생겼다"고 즐거워했다.

대구국제재즈축제는 순수 민간의 힘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국비든 시비든 지원받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주최 측은 대중의 선호도를 고려하면서도 예술적 품격을 잃지 않았다. 신인음악콩쿠르를 열고 기념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다. 무대 시설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재즈라는 단어를 친숙하게 만든 공은 그 중 가장 큰 것이다.

특히 이번 축제부터 도입된 자원봉사자, '쟈스지기'의 활동은 다른 축제가 부러워할 만한 모습이었다. 재즈가 좋아서 모여든 쟈스지기는 축제를 성공적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대구지역 대학생 32명 1기 쟈스지기로, 통역과 번역, 안내와 행사 진행, 홍보 등 궂은일을 맡아서 처리했다.

하지만 축제 기간 동안 공연 외에 재즈를 즐길 행사가 없었던 점과 웹사이트가 한글로만 구성된 점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진정한 국제재즈축제로 발전하기 위해서 주최 측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음악평론가 권오성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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