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48)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스스로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지만 대인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범상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참석하는 사교 모임만 10여 개가 넘고 고향인 경주 관련 모임만 해도 3개에 달한다. 모임에선 반드시 총무를 하거나 전공을 살려 회계를 맡는다. 모임에서 중책을 도맡는 것을 보면 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신임도는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사교력은 술에 있다고 했다. 막걸리부터 와인까지 그날그날 달라지는 상대방에 따라 그의 '주(酒) 제목'도 달라진다. 불혹(不惑)이 넘자 술을 줄이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술을 줄이는 대신 담배를 끊어 주량만은 유지했다. "숫자와 싸우다 보면 숫자는 어느새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이 술을 더 마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사람이 좋아 술을 찾아요. 좋은 사람을 만나 한잔 술을 나눌 때면 어느새 숫자도 스트레스도 다 날아가버리거든요."
그는 지난 2003년 임원에 올랐다. 무한책임 사원으로 구성된 회계법인회사의 특성상 그의 정확한 직책은 파트너이다. 일반 회사와 비교해 부르기 쉽게 대외적으로는 '상무'로 불린다. 그 이전에는 무조건 선배에게는 '선생님', 후배에게는 '선생'이라고 한단다.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 임원이지만 처음부터 회계 분야와 큰 연관은 없었다. 고교에서도 상업 과목이 없는 관계로 농업을 공부했단다. 대학교 3학년이 돼서야 지도교수의 영향을 받아 회계학으로 전공을 틀었다.
회계사에 대해 그는 "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개인의 병을 고치는 것이 의사라면 기업의 병을 고치는 것이 회계사라는 뜻이다. 다만 환자들은 병의 원인을 모르고 오고, 기업들은 병의 원인을 스스로 잘 알고 온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기업 스스로가 치유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정확한 회계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숫자와 싸워 온 시간이 20년을 훌쩍 넘어서자 박 상무도 "회계꾼이 다 됐다"고 했다. "적게는 수십만 건에서 많게는 수백만 건의 영수 처리를 클라이언트들이 정해 놓은 기한(보통 보름 내외라고 말했다) 내에 밤을 새우면서 맞춰 낼 때 희열을 느낍니다. 숫자와의 싸움은 어느새 저의 일부가 돼버렸다는 느낌이 들죠."
외환위기 시절 외국자본이 국내 부실 채권을 헐값에 집어삼키려 할 때 실무 담당자로 나서면서 채권 가치를 평가하는 데 일조했다. "순간의 위기 상황에서 아까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고민하고 투쟁했다"고 한다.
국내 은행이 내부회계 감리제도를 도입한 지난 2006년 대구은행을 감리한 적이 있다. 첫 시도인 만큼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역 연고 은행인 대구은행만큼은 내부통제를 더 철저히 해서 자생력을 충분히 갖췄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경주 불국사 인근에서 태어난 박 상무는 불국사초교, 신라중, 경주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