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벙덤벙 김 여사의 초보운전 탈출기] ⑩도로의 무법자들

입력 2010-09-09 14:05:15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를 자임하는 주부 김희진(33) 씨. 버스나 전철에서 자리 쟁탈전이 벌어질라치면 백전백승. 살림 하고 아이 교육 하고 직장에서 돈까지 벌어오는 1인3역을 군말없이 척척 해결하며 가족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한없이 약한 여성이 되어 버린다. 무섭게 끼어드는 택시와 옆에서 겁을 주는 버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오토바이는 공포 그 자체다. 이제는 멀리서 택시와 버스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언제 어디서 오토바이가 튀어나올지 몰라 노심초사다.

며칠 전에는 집앞 큰길에서 운행하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급정거하던 택시를 들이받고 말았다. 갑작스런 급정거에 너무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한발 늦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나지 않고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후 김 씨는 지나가는 택시만 봐도 울렁증이 생긴다. 또 얼마 전에는 추돌사고로 도로 위에 내던져진 오토바이 잔해물을 피하려다 자칫 사고를 낼 뻔하기도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김 씨는 오토바이나 택시를 발견하면 무조건 양보하고 멀찌감치 버스정류장만 보이면 차로를 변경하는 버릇이 생겼다. 심지어 버스정류장을 피하려다 우회전할 때를 놓쳐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끼어드는 택시에게 길을 양보하다 신호를 놓치기 다반사다.

택시와 버스, 그리고 오토바이는 여성 초보운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급정거와 차로 변경 등으로 안전운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맞는 맞춤형 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택시 뒤를 따를 때는 조심해야 한다. 택시는 영업 목적을 위해 초보운전자들이 과속, 급정거, 급차로 변경 등 예측할 수 없는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당한 안전거리를 두며 운전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형차나 버스와 함께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형차량은 시야를 가려 신호등이나 돌발사태가 보이지 않으므로 안전거리를 유지하거나 아예 차로 변경을 하고, 특히 대형차가 비상등을 켜는 것은 위험요소나 회전, 정지를 알리는 신호이므로 감속해야 한다.

오토바이는 도로 위의 럭비공으로 여기고 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차로 변경이나 끼어들기를 할 때는 오토바이와 추돌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잦으므로 반드시 사각지대를 확인해야 한다. 신호가 바뀌었다고 급정거, 급출발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또 신호 없는 네거리 등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므로 방어운전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최성호 변호사는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사고에서는 자동차 쪽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특히 오토바이는 넘어지기 쉬워 다칠 가능성이 많다. 아무리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일정 부분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오토바이를 발견하면 항상 존재를 의식하고 방어운전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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